직급·근무지·보수체계 조정 과정 노사협의 본격화 전망
[HBN뉴스 = 박정수 기자] 정부가 발전·항만·철도·에너지 등 주요 공기업의 운영체계를 대대적으로 재편한다. 통폐합 대상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한다는 방침이지만, 발전 5사 통합안에 ‘중복인력의 효율화’가 담기면서 향후 조직·인사 재편을 둘러싼 노사 간 협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전략적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83개 등 공공기관 109개를 감축할 계획이다. 전체 감축 대상의 약 4분의 3은 자회사와 소규모기관이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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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을 통해 발전·항만·철도·에너지 등 주요 공기업의 통합·재편을 추진한다. 사진은 정부청사에 게양된 태극기와 대한민국정부기. [사진=연합뉴스] |
발전 부문에서는 5개 발전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합치는 대규모 통합이 추진된다. 정부는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발전 5사를 가칭 ‘한국발전’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발전사별로 분산돼 있던 인적·물적 역량을 결집하고 통합재무구조를 통해 투자 여력을 높이는 한편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통합 효과 가운데 하나로 ‘중복인력의 효율화’도 명시했다.
항만 운영체계도 바뀐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해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고, 기존 4개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도록 하는 방안이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통합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양사를 합쳐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신설해 국가 차원의 석유·가스 전략을 통합하고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의 석유비축 및 제한된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이관하고, 알뜰주유소 등 유통 구조개선 기능은 석유관리원으로 넘긴다.
석탄공사는 모든 광업소 폐광으로 주요 기능이 종료된 만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부채 청산 재원을 마련한 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청산을 추진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석탄공사의 부채는 2025년 말 기준 2조5900억원이며 별도 영업활동 없이 연간 7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철도에서는 코레일과 SR을 통합해 고속철도 운영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좌석 공급을 늘리고 운임·마일리지 체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LH는 통합이 아닌 분할 방식의 개혁이 추진된다.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을 담당하는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맡는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로 기능을 나누는 방안이다. 주택도시개발공사의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이 주택도시자산공사에 출연하는 구조도 설계했다. 구체적인 조직별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항 부문은 즉각적인 기관 통합 대신 단계적 접근을 택했다. 정부는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진행 상황을 점검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항공보안 업무는 양 공항공사의 보안 담당부서와 산하 보안 자회사를 합쳐 가칭 ‘항공보안공단’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의 주요 쟁점은 통합 이후 인력과 조직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다. 정부는 통폐합 기관 직원의 경우 임원을 제외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직원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관별 복지 차이를 고려한 한시 정액수당과 선택적 복지비 한도 상향도 검토한다.
고용이 승계되더라도 여러 법인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는 인사·재무·기획·홍보 등 공통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 재배치 논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발전 5사의 경우 정부안에 ‘중복인력의 효율화’가 포함된 만큼 통합 이후 인력 운용 방식이 노사 협의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직급체계와 승진 구조, 근무지역, 성과급과 복리후생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과정에서도 기관별 이해관계가 엇갈릴 여지가 있다. 기존 공기업이 지역지사로 전환되는 지역에서는 본사 지위와 인사·예산 권한을 둘러싼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대응도 주목된다.
정부는 추진계획에 노정 협의를 별도 항목으로 두고 노정협의체를 중심으로 노조와 협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주무부처와 개별 기관 노조 간 논의도 병행하기로 했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와 협의하고 지역 이해관계가 걸린 경우 지방정부와도 소통한다.
정부가 통폐합 직원의 고용승계를 제시한 가운데 발전 5사의 중복인력 효율화, 기관별 직급·보수체계 조정, 지역 거점 재편 등이 맞물리면서 공기업별 후속 협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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