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국경을 넘고, 부처님의 가르침은 온 세상을 하나로 잇습니다
불자 여러분, 길고도 지루했던 장마가 물러가고, 눈부신 햇살이 온 세상을 비추는 한여름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비에 젖었던 산과 들은 더욱 푸르러졌고, 대지는 새로운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자연은 늘 그렇듯 시련을 견딘 뒤 더욱 깊은 생명력을 보여 줍니다. 수행자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번뇌와 시련을 이겨낸 마음은 더욱 넓어지고, 자비의 향기는 더욱 멀리 퍼져 나갑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민족만을 위한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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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
이러한 뜻에서 대승불교의 전통이 깊이 뿌리내린 베트남을 찾아 불법의 인연을 나누고, 수행자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일은 단순한 해외 방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자비를 함께 나누고, 아시아 불교가 지닌 공통의 정신을 확인하며, 세계 평화와 중생의 행복을 발원하는 뜻깊은 수행의 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본래 다르지 않다.” 이 말씀은 모든 생명이 하나의 인연으로 이어져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피부의 빛깔이 달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살아가는 문화가 달라도 모두가 같은 생명의 존귀함을 지닌 존재입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비로소 차별은 사라지고 자비는 더욱 넓어집니다.
불자 여러분, 대승불교는 자신의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모든 중생과 함께 성불의 길을 걷고자 하는 보살의 정신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외 포교는 종교를 넓히기 위한 일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갈등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합의 길을 보여 주며, 서로 다른 문화가 자비 안에서 하나 될 수 있음을 전하는 보살행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화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 이 말씀은 대승불교의 근본정신입니다. 사람을 국적이나 신분으로 구별하지 않고, 모든 존재 안에 깃든 존엄과 가능성을 믿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참된 자비입니다. 해외 포교의 의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깨달음의 길을 걷는 인연을 맺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날 세계는 과학과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전쟁과 갈등, 빈부의 격차와 종교·문화의 대립으로 여전히 많은 아픔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불교가 전해야 할 것은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며, 증오가 아니라 자비이고, 배척이 아니라 포용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자비로운 사람은 자신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평안을 준다.” 우리의 작은 미소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합장 하나가 나라와 나라를 잇는 다리가 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연꽃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포교이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불법입니다.
불자 여러분,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비춥니다. 부처님의 자비 또한 그러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의 국경을 허물고, 자비의 길을 넓혀 갑시다. 가까운 이웃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먼 나라의 벗들에게는 평화를 향한 기도를 보내며,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하기를 발원하는 보살의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부디 이번 베트남 방문이 불교의 깊은 인연을 더욱 굳건히 하고, 한국과 베트남의 수행자들이 함께 자비와 지혜를 나누는 귀한 계기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또한 그 인연이 아시아를 넘어 온 세계에 평화와 화합의 씨앗이 되어, 부처님의 법음이 더욱 널리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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