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紙說] 가을의 문턱에서 마음을 낮추고 지혜를 세우다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9-06 11:09:07
-낮은 마음으로 서로를 품고, 지혜의 길을 함께 걸어가라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불꽃보다 오래 빛나는 것은 자비와 지혜

 불자 여러분, 어느덧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계절의 흐름 앞에서는 힘을 잃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들녘에는 가을의 기운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습니다. 

 

지난밤 화려하게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그 불꽃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작은 빛 하나가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다는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 여기며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소통은 말이 많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공감은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불자는 먼저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남의 허물을 보기보다 자신의 허물을 먼저 살피라”는 가르침을 전하셨습니다. 세상을 향해 손가락을 뻗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상대의 이야기가 들리고, 상대의 아픔을 이해할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의 자비는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자의 낮은 자세는 자신을 낮추어 비굴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더욱 높이는 수행입니다.

 

'금강경'의 가르침처럼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어디에도 마음을 고정시키지 않고 새로운 마음을 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만 머물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으로 새겨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너무 많은 말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입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말보다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는 말 한마디가 더 큰 법문이 될 수 있습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서로의 마음을 살리는 것이 더욱 귀한 수행입니다.

 

불자 여러분, 정진 또한 혼자만의 깨달음을 향하는 길이어서는 안 됩니다. 가족과 이웃, 동료와 벗이 함께 밝아질 수 있도록 자신의 작은 행동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먼저 인사하고, 먼저 경청하며, 먼저 이해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이것이 바로 행동하는 불자의 수행입니다.

 

'화엄경'이 가르치는 연기의 이치처럼 우리는 서로 떨어져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의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주고, 나의 작은 선행 하나가 또 다른 선행을 낳습니다. 한 사람의 맑은 마음이 가정을 밝히고, 한 가정의 화목이 사회의 온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가을의 문턱입니다. 여름이 자신의 뜨거움을 내려놓듯 우리도 마음속의 교만과 분노, 편견과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읍시다.

 

불자 여러분, 낮은 자세는 사람을 품게 하고, 진정성 있는 공감은 마음을 잇게 하며, 꾸준한 정진은 삶을 바르게 세웁니다.

 

부디 9월의 첫 주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단지 듣고 지나가는 불자가 아니라 하루하루 행동으로 보여주는 불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살피고, 내 주장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며, 작은 약속 하나라도 진실하게 지켜 나갑시다.

 

화려한 불꽃은 잠시 하늘을 밝히고 사라지지만, 자비와 지혜로 밝힌 마음의 등불은 오래도록 세상을 비춥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그 등불 하나씩을 밝힙시다. 

 

덧붙여 올가을에는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되고, 우리의 삶 자체가 세간에 울림을 전하는 아름다운 법문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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