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또 발생 땐 여당 부담 커져...'역풍 우려'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발견됐다. 실종 104일 만이다. 발견 장소는 장 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실종 직후 경찰견을 포함한 수색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훨씬 일찍 발견됐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거리여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기간 벌어진 일이다. 실종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말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도 장 씨 관련 자료가 삭제됐다. 이후 같은 경찰관이 또 다른 실종 사건까지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정황이 드러났고, 해당 실종자 역시 재신고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 추정 시신 발견 이후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 체계를 둘러싼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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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
장미란 씨 사건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와 곧바로 연결되는 사건은 아니다. 장 씨 실종신고 처리 자체는 형사소송법상 불송치 결정이 아니어서, 이의신청을 통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는 절차가 적용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고소인 등이 이의를 신청하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다. 검사는 기록을 다시 검토한 뒤 필요하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도 있고,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경찰이 내린 첫 번째 판단을 다른 수사기관이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오는 10월 2일부터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는 폐지된다. 경찰 수사에서 미진한 점이나 새로운 의혹이 발견되더라도 검사가 직접 파고드는 선택지는 사라지고 경찰 등에 보완·재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는 제도 개편의 취지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면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전건송치와 별도 보완수사 장치 등을 함께 마련하려 한 것도 권한 집중을 막으면서 수사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물론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법경찰관에게 적정한 재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같은 경찰 조직의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관의 직무 관련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관할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질문은 남는다. 경찰 수사의 부실이나 경찰관 자신의 위법 의혹이 문제가 된 사건을 그 상급 관서가 다시 조사하는 것과 경찰 밖의 다른 기관이 직접 기록과 증거를 들여다보는 것을 같은 수준의 견제라고 할 수 있을까.
수사기관 사이의 관계는 마치 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것과 닮은 구석이 있다. 검찰이 실제로 오류를 잡아내야만 견제가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기록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는 긴장감을 제도 안에 남겨두는 것 자체가 견제의 한 모습이다.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단계에서 묻힐 뻔했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사례도 있다. 문맹인 80대 노인의 예금 약 1억30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은 경찰이 불송치했지만 검찰의 계좌추적과 은행 현장검증 등을 거쳐 피의자가 구속기소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와 성폭력 목적이 규명돼 혐의가 강화됐다.
최근 사례도 다르지 않다. 장윤기 여고생 살해 사건에서는 검찰 보완수사를 거쳐 경찰 단계에서 제대로 확보되거나 기록되지 않았던 증거들이 확인됐고, 장윤기는 법정에서 성범죄 목적의 범행을 인정했다. 김창민 영화감독 사건에서는 경찰이 상해치사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국민의 시선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2.5%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31.8%의 두 배에 가까웠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 진보층에서도 52.0%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중도층에서는 70.5%에 달했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1%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수사기관 신뢰도다. 검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8.1%,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4%로 팽팽했다. 경찰은 달랐다. 신뢰한다는 응답이 41.4%에 그쳤고 불신은 55.2%로 절반을 넘었다.
국민이 검찰을 특별히 신뢰해서 보완수사권을 남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판단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구조에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경찰관 한두 명의 잘못으로 경찰 조직 전체를 무능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권 남용의 역사를 개인 몇 명의 일탈로 축소해서는 안 되지만, 일부 검사와 조직의 잘못을 이유로 검찰이 수행해온 모든 기능의 효용까지 부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진 뒤에도 새로 마련된 재수사와 외부 통제 장치가 그 역할을 충분히 대신한다면 우려는 잦아들 수 있다. 반면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지 못해 억울하게 묻히는 사건이 다시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럴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개혁의 성과가 아니라 여당이 예상하지 못했던 자충수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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