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연예인들의 완벽한 미소는 곧 ‘표준 미소’
[HBN뉴스 = 허인희 기자] 사람들이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지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치아의 색이다. “하얀 치아가 인상을 바꾼다”는 말은 이제 미용 광고의 문구를 넘어, 현대인의 ‘자기 이미지 관리’의 일부가 됐다. 라미네이트는 그런 욕망의 결정체다. 치아 앞면을 아주 얇게 갈아낸 뒤, 세라믹 판을 덧붙여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만들어주는 시술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술이 단순한 ‘심미’의 영역을 넘어 정체성과 진정성의 문제로 확장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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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센텀치과 이현섭 대표원장 |
라미네이트는 단연코 현대 치과기술의 정점 중 하나다. 불규칙한 치아 배열, 변색, 파절 등을 한 번에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시술 후 겪는 공통된 불편함이 있다. 바로 감각의 이질감이다.
치아는 단순히 음식을 씹는 도구가 아니다. 온도, 질감, 촉감, 심지어 감정까지 느끼게 하는 섬세한 기관이다. 라미네이트가 지나치게 두껍거나, 자연치아의 절삭량이 많을 경우, 그 미묘한 감각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심미적 완벽함 뒤에는 자연스러움을 잃은 인공의 불편함이 자리한다.
게다가 국내의 일부 심미치과에서는 ‘즉시성’을 강조한 과잉진료가 문제로 지적된다. ‘3일 완성, 하루 시술’ 같은 마케팅 문구는 소비자에게 ‘빠른 아름다움’을 약속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아 신경 손상, 부정교합, 통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아름다움이 목적이었지만, 불편함과 후회가 뒤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센텀치과 이현섭 대표원장은 “다행히 최근 치의학계에서는 ‘보존적 라미네이트’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치아를 0.7mm 이상 삭제하던 방식에서, 지금은 0.2~0.3mm 이하만 절삭하는 ‘미니멀 프렙’ 라미네이트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스캐너와 CAD/CAM 기술의 발전으로, 치아 형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개개인의 자연 치형을 최대한 유지한 세라믹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기술의 발전은 인공의 미학을 넘어 ‘자연의 재현’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기계 혁신’이 아니라, 의사의 윤리적 판단이다. 얼마나 깎고, 어디까지 덧붙일 것인가? 이 판단의 기준이 바로 ‘자연을 존중하는 기술’이다. 윤리 없는 기술은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기술 속의 윤리는 자연을 복원한다”고 전했다.
이현섭 원장은 “진정한 미소의 기준은 완벽히 대칭이거나 새하얀 치아가 아니다. 삶의 변화에 따라 생겨난 약간의 비대칭과 색차, 그리고 자연스러운 윤곽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생명감 있는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최근 유럽 심미치과학회(EAED)에서도 ‘Less is Beautiful(덜 다듬은 것이 더 아름답다)’라는 원칙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미적 감각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치료 철학으로의 회귀를 뜻한다. 자연을 닮은 치아는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고, 그 사람의 얼굴과 감정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라미네이트의 목적이 ‘새로 만드는 미소’가 아니라, ‘본래의 미소를 되살리는 과정’으로 바뀌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진짜 아름다움에 다가설 수 있다”고 전했다.
치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목표는 더 완벽한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의 질감에 닿는 섬세함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춘 조각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 만든 흔적으로 빛나야 하는 ‘진짜 미소’를 위해 라미네이트의 미래는 결국 ‘덧입히는 기술’이 아니라, ‘존중하는 기술’이 될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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