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T 사태의 본질, 중국인 밀집지 치안 부실 결과물인가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8 10: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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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등 중국인 범죄율, 통신 보안 허점 드러난 사건
'중국=범죄' 프레임 넘어, 제도적 점검과 보완이 필요

[HBN뉴스 = 이동훈 기자] KT 소액결제 사건이 다시 한 번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불법 기지국을 이용해 수백 건의 결제가 이뤄졌고, 그 배후에 중국 국적 용의자들이 연루되면서 사회적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미 높아진 반중 정서와 맞물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 범죄를 넘어, 국제적 범죄 조직 개입 가능성, 경찰의 특정 지역 대응 공백, 그리고 KT 보안 체계의 취약성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7일 불법 소형 기지국을 활용해 KT 이용자 휴대폰을 해킹, 무단 소액결제를 벌인 혐의로 중국 국적 40대 남성 2명을 체포했다. 피해는 최소 199건(1억2600만원)에서 최대 278건(1억7000만원)으로 집계된다. 경찰은 범행 수법과 배후를 규명하기 위해 장비 정밀 감식에 착수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KT소액결제 사건의 중국국적 용의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두 사람은 모두 중국 국적이지만, 현재까지 공모 관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합법체류 신분으로 일용직 근로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KT와 직접적 연관은 밝혀진 바 없고, IT 업종 경력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일본과 태국에서 이미 유사한 범행이 적발된 바 있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겨냥한 인신매매와 보이스피싱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국제적 범죄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중국인 범죄’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될 경우, 이미 높아진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검거된 중국인 범죄 피의자는 1만6097명으로 전년(1만5533명)보다 늘었다. 최근 5년간 매년 1만5000명 안팎을 유지하며, 전체 외국인 범죄자 3만5283명 가운데 45.6%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이를 국내 체류 인구와 비교하면, 중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인은 1.68%, 한국인은 2.4%였다.

문제는 현실과 인식 사이의 괴리다. 범죄율 통계와 달리, 사회적 인식은 ‘중국=범죄’라는 단순화된 등식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반중 정서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문화·경제·정치 전반에서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다.

이는 경찰이 특정 지역에서 중국인 범죄를 방치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인식일 수 있다. 실제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 밀집지역인 영등포구와 구로구의 경우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및 강제추행, 절도, 폭력) 검거 비율이 각각 11.5%와 14.8%로, 서울 전체 평균(4%)보다 크게 높았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 역시 ‘중국인=범죄 집단’이라는 인식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런 단순 명제 만으로는 사회적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선 경찰은 개인 범죄인지 조직적 범죄인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불법 장비의 출처, 해외 조직과의 연계 여부, 자금 세탁 경로 등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인 밀집 지역에서의 범죄율에 대해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방치하듯 넘어가서는 안 된다. 현장 치안 공백을 메우는 적극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교훈은 단순히 ‘외국인 범죄’에 있지 않다. KT의 보안 체계가 허술했는가, 경찰의 대응이 얼마나 소극적이었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이 가장 본질적인 사인일 것이다. 수백 건의 소액결제가 불법 기지국을 통해 가능했다는 사실은, 통신사 보안망과 인증 시스템에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사건의 성격을 혐오가 아닌 제도적 점검과 보완이야말로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치안 공백을 메우고, 통신사는 보안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혐오만 굳어지고  다른 피해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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