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금융당국 승인 및 주주 설득 관건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영국의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뉴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네이버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합병이 여러 규제 장애물로 인해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9월 25일 양사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시장이 들썩였지만, 실제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금융 규제부터 주주 보호까지 복잡한 법적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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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전경. [사진=두나무] |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를 약 15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어, 두나무 주주들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3주를 받는 교환비율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두나무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단일 최대주주(약 19.15%)로 올라서게 되며,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현재 70%에서 17%대로 줄어든다. 형식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지만, 실질적 경영권은 송치형 회장이 쥐게 되는 역설적 구조다.
두나무는 그동안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해왔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와 한국 대비 낮은 가치 평가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네이버와의 합병을 통해 '네이버'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해외 진출과 상장 추진이 유리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는 합병 법인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현재 2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40~50조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합병을 통해 연간 1조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업비트의 결합으로 결제부터 가상자산 거래까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글로벌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크립토뉴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네이버페이-업비트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크립토뉴스가 지적한 5가지 장애물
먼저, 금가분리 원칙 위배 우려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전통 금융회사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해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되어 금융당국 감독 대상인 만큼, 두나무와의 합병이 금가분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지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스테이블코인 정책 불확실성도 문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한 금융기관 또는 정부 인가 컨소시엄만 허용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 테크기업 중심의 발행 구조는 현재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해상충 금지 규정도 발목을 잡는다. 합병 법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이를 업비트 거래소에 상장할 수 없다는 법적 제약이 발생한다.
가상자산법은 거래소가 자사 또는 계열사가 발행한 토큰을 상장하거나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합병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의 소액주주 보호 강화 방침도 문제다. 최근 개정된 상법·자본시장법은 합병이나 기업 구조조정 시 소액주주의 공정 가치 보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존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보상 패키지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집단소송이나 주주대표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어, 합병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합적 승인 절차의 어려움이 있다.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의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변경 승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각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두나무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인 카카오가 네이버 계열사 주주가 되는 이례적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시장과 업계의 엇갈린 전망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합병 소식 발표 이후 초기 급등했지만,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다시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네이버와 두나무의 전략적 제휴로 기업가치 안정성이 높아지고 산업적 시너지가 날 수 있어 우호적이지만, 주식 교환비율, 지분가치 등이 확정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최적의 시점을 결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한국 디지털 금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금융당국 승인과 주주 설득 등 절차적 과제들을 차례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사는 이르면 11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주식 교환 비율 등 구체적인 합병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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