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 '3500억 달러' 선불, 이 대통령과 공방...한미동맹 퇴색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6 14: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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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반미·친북 프레임 조심해야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약 490조원)와 관련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는 표현을 쓰며 압박을 강화하는 형국이다. 한국이 미국의 관세 인하를 얻어내려면 거액의 현금을 먼저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요구대로 수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양국 정상간 평행선으로 한미동맹의 퇴색이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지렛대로 동맹국을 압박해왔다. 오늘은 “선불”을 말하다가 내일은 “조건을 바꾼다”는 식으로 말을 뒤집는 것도 익숙하다. 미국이 투자처를 직접 결정하고 이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 ‘일본식 합의’ 요구는 한국으로서는 외환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감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투자액수 자체의 압박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는 지난해 한국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의 3.4배, 국내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 총액의 13배가 넘는다. 한국은행 분석대로라면 이 자금을 국내에 투자할 경우 최대 3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미국으로 빼간다면 국내 산업 공동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동맹의 의미는 점점 ‘신뢰’보다 ‘실리’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이 어렵게 쌓아온 외교 자산, 즉 “혈맹”이라는 말은 점차 퇴색해간다. 이제는 국익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하는 국면이 도래했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는 가뜩이나 복잡한 안보·경제 환경 속에서 이 난제를 안고 있다. 오는 10월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2차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는 정상회담 이전 관세 협상 타결을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중 간 관세 협상이 먼저 타결될 경우 한국만 뒤처져 세계 무대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헌법 60조1항을 근거로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가 재정에 중대한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행정부 차원의 협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미 투자를 어떻게 구성할지, 통화스와프 협상을 어떻게 끌어낼지,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다.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더 이상 일방적 양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리를 추구하되, 자칫 반미·친북·친중과 같은 이념론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균형 잡힌 전략도 필요하다.

트럼프가 말한 “선불”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동맹의 본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우리 외교가 어떤 방향을 세워야 하는지 묻는 신호탄이다.

이제 우리는 “믿음”이 아닌 “실리” 위에서 동맹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다. 그것이 오랜 신뢰의 무게를 현실에 맞게 다시 세우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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