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국 기술 유출 명제와 '넥스페리아 사태'에 비친 네덜란드의 선택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4 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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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보호"라는 명분 뒤에 감춰진 중국의 위협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유럽

[HBN뉴스 = 이동훈 기자] 2025년 11월1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정부는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에 대한 경영 개입을 전격 중단했다. 이는 자국 핵심기술의 중국 이전을 막기 위해 내렸던 강경 조치에서 한발 물러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일련의 상황은 한 가지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국에 매각된 자국 기업의 기술을 다시 보호하려던 네덜란드가, 결국 다시 시장 원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넥스페리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네덜란드는 넥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중국 윙테크(Wingtech)의 영향력 아래서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자국 법률에 근거해 넥스페리아 경영에 직접 개입했다. 한때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이었다.

국가 안보와 핵심기술 보호라는 정당한 명분이 있었지만, 이 조치는 곧바로 국제적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유럽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생산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유럽 내부에서도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자국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네덜란드는 미국·EU, 중국 등 주요 국가와의 외교적 긴장 완화를 위해 넥스페리아에 대한 행정 명령을 철회했다. 이 조치는 기술 보호를 위해 ‘국유화’까지 검토하던 초기 방침과는 크게 상반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네덜란드 정부가 과거 넥스페리아의 중국 기업 인수를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인수를 승인하면서도 기술 유출과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이 미흡했던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중국 기업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을 인수한 후, 정작 기술이전에 대한 통제가 필요해지자, 뒤늦게 개입에 나선 것이며, 이는 ‘시장 개방’을 지향해 온 유럽 경제 철학과도 충돌하는 선택이었다.

결국 “기술 이전은 안 되지만, 인수는 허용한다”는 모순된 접근은 글로벌 기업의 신뢰를 흔들고, 자국 산업에도 예기치 못한 충격을 초래했다.

행정 명령 철회 직후, 중국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히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동시에,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네덜란드에 정치적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중국이 지명한 경영진의 복귀, 국유화 조치 철회 등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넥스페리아는 단순한 반도체 생산기지를 넘어, EU-중국 간 경제 주도권 경쟁의 상징적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넥스페리아 사안은 전기차 관세, 희토류 수출통제 등과 함께 중국-EU 간 주요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에도 여러 교훈을 남긴다. 단지 국가적 핵심 기술이전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외국 자본에 매각된 이후의 지배구조와 기술 통제 체계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단기 수익” 중심의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보와 기술 주권을 고려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을 이전하지 않기 위해 갈등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 그러나 갈등이 확산되면 오히려 기술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역설 속에서 한국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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