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대사-紙說] 축복의 성탄절을 맞아 묻는 질문, 우리는 얼마나 나누고 있는가?

-종교를 넘어 모두의 마음에 닿는 자비의 언어
-연말을 향한 시간 속, 이웃을 향한 작은 실천의 중요성 강조

성탄을 며칠 앞둔 이즈음, 거리에는 불빛이 가득하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과연 따뜻해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마음이 세상을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계절이 겨울로 깊어질수록, 세상은 차가워지는 듯 보이지만 수행자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따뜻해져야 할 때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慈悲)는 특정한 사람 만을 향한 감정이 아닙니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존재, 더 나아가 아직 인연조차 알지 못하는 중생까지도 품으려는 큰 마음입니다.

'법구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원한은 원한으로써 풀 수 없고, 오직 자비로써만 풀 수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이는 시대와 종교를 넘어선 진리의 말씀입니다. 성탄의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또한,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회복하라는 데 있을 것입니다.

나눔이란 반드시 큰 것을 내어 놓는 행위 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는 마음, 지나치는 사람을 한 번 더 돌아보는 눈길 또한 훌륭한 보시입니다. '증일아함경'에서는 '보시는 받는 이보다 주는 이를 먼저 이롭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나눔이 곧 수행이며, 자비의 실천이 곧 깨달음으로 가는 길임을 일깨워 줍니다.

불자는 연말이 되면 한 해의 공덕과 허물을 함께 돌아보아야 합니다. 내가 올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폈는지, 혹은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성찰 없는 기도는 공허하고, 실천 없는 신심은 메아리에 그칠 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늘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성탄을 앞둔 이 겨울, 불자 여러분께서는 불법의 자비심으로 세상을 덮어 주시기 바랍니다. 눈이 조용히 대지를 덮듯, 말없이 스며드는 자비가 가장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종교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인간의 마음을 먼저 생각할 때, 불법은 더욱 찬란히 빛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우리 마음속에 등불을 밝혀 두셨습니다. 이제 그 빛으로 이웃을 비추고, 세상을 덥히는 일이 우리 불자의 몫입니다. 이 겨울이 끝나갈 즈음, 여러분의 마음에 남는 것이 따뜻한 자비와 나눔의 기억이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