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은폐'라 하고, 시장은 '과학적 착오'에 배팅
과열된 투자심리, '체질 개선전 신라젠 사례' 경계론도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코오롱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6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판결이 연기된 법정 밖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몰리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코오롱티슈진에 18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투입하며 ‘인보사 부활’에 베팅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재판이 지연되고 과학적 성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과열된 기대감이 선행된 투자심리를 우려하는 신중론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코오롱티슈진이 최근 대형 기관투자가들로부터 18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투자를 유치했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오히려 기관 자금이 몰리며 ‘인보사 재도약’ 기대감이 다시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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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논란 [이미지=연합뉴스] |
이번 CB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300억 원) IBKC–카스피안 8호 신기술투자조합(325억 원) 등 굵직한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했다. CB 이자율은 0%. 기관들은 단순 이자 수익보다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즉 인보사 성공에 베팅하고 있다.
이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시장이 일정 부분 신뢰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인보사는 미국에서 임상 투약을 완료했고 내년 3~7월 추적관찰 종료 후 FDA 품목허가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코오롱티슈진의 기업가치가 뒤바뀔 수 있다.
반면 법정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은 인보사 허위공시 손해배상 소송 8건의 선고를 하루 전 ‘추후 지정’으로 돌연 연기했다. 같은 사안의 서울남부지법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오자 중앙지법 재판부가 판결 방향을 재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7년을 끌어온 소송이 또다시 미뤄진 셈이다.
형사재판에서도 이 명예회장은 1심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검찰은 코오롱이 세포기원 착오를 알고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코오롱은 “과학적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된 착오일 뿐 조직적 사기는 아니다”라며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코오롱그룹은 ‘인보사는 그룹의 핵심 사업’이라며 지속 의지를 밝혔다
코오롱그룹은 HBN뉴스에 “현재 미국에서 FDA 3상이 진행 중이고 투약 환자들도 모두 투약을 마친 상황”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쯤 결과가 나와 품목허가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 측은 또한 “한국에서도 과거 품목 허가가 났던 만큼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미국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법정과 시장, 그리고 그룹 내부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법정은 여전히 ‘허위공시’ 여부를 다투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과학의 착오’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올해 초 약 2만4200원 선에서 출발해, 10월 중순 4만4300원 수준까지 상승하며 약 80~90%대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지연되는 사이, 시장은 인보사의 가능성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단기 수익보다 FDA 승인이라는 중장기 밸류를 보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금융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신라젠(*체질 개선 이전의) 사례처럼 임상 결과 하나로 기업가치가 급변할 수 있다”며 “현재 주가는 미래 기대감이 선행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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