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 부채 4조원, "차입금 상환·신용등급 방어 우선시"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애경그룹이 핵심 현금창출원인 애경산업 매각 대금을 어디에 쓸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투입될 가능성을 점치지만, 과거 고레버리지 인수 실패 사례들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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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소속 항공기 [사진=이스타항공] |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 인수 이후 3대였던 항공기는 15대까지 늘었고, 매출액은 2023년 1467억원에서 2024년 4612억원으로 214.37% 증가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손순실도 각각 35.18%, 52.73% 줄었다.
부채가 2144억원이지만, 항공업 특성상 선결제 항공권으로 발생한 선수금을 감안하면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선수금은 부채로 잡히지만, 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현금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 자본총계는 지난해 12월 기준 –149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로 추정된다.
업계는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를 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중 하나로는 애경그룹이 주목된다. 애경그룹은 최근 핵심 계열사 애경산업(지분 63.4%)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가는 6천억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 현금의 ‘용처’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 부채비율은 328.7%에 달한다. 자금은 우선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안정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용등급 방어와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매각대금의 일부를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으로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애경그룹 항공 계열사 제주항공은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비율은 516.7%에서 614.6%로 뛰었고,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브랜드 신뢰도에도 상처가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항공사를 인수하면, 통합 과정에서 비용·조직 리스크가 중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애경이 풀어야 할 우선 과제는 재무구조와 신뢰 회복”이라며 “현금창출원이었던 애경산업을 매각한 뒤, 변동성이 큰 항공사에 재투자하는 구조는 투자자·채권자 모두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스타항공 인수가 전략적 시너지를 가져올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일 기종(B737) 운영을 통한 기단 확대, 노선 다변화, 단거리·중장거리 네트워크 결합 등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시너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 완충력과 안전·운영 효율을 담보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문제는 ‘현금 흡수력업계에서는 “현금창출원이었던 애경산업을 매각해 변동성이 큰 항공사에 재투자하는 구조는 투자자·채권자 설득이 쉽지 않다”는 경고가 나온다.
2006~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달아 인수하며 재계 7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막대한 차입과 풋옵션 부담을 떠안았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겹치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STX그룹은 2008년 노르웨이의 아커야즈(STX Europe) 등을 비롯한 공격적 해외 인수로 몸집을 불렸지만, 부채 급증과 업황 침체가 겹쳤다. 이후 STX팬오션(현 팬오션)과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이미 높은 부채 상태에서 대규모 인수에 나섰고, 업황 악화나 외부 충격이 오자 현금흐름이 이자·상환 부담에 잠식됐다.
전문가들은 “매각대금은 차입금 상환과 신용등급 방어에 먼저 투입하고, M&A는 구조를 바꿔 ‘속도전’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우선순위를 재무구조 안정에 둬야 한다고 의미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이스타 항공 인수와 관련해 “현재는 애경산업 매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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