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사·검찰 수사 맞물리며 그룹 리스크 관리 시험대에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국회가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메리츠는 한숨을 돌렸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매섭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 내부통제 논란이 이어지며, 그룹 전반의 ‘금융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은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돌연 철회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금융지주 수장 중 유일하게 국정감사 출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 |
메리츠화재 사옥 [사진=메리츠화재] |
여당이 올해 국감에서 “기업인 소환 최소화·중복 출석 지양”을 기조로 내세운 것이 이번 철회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무위가 APEC 일정과 겹친 최고경영자(CEO) 소환 등 ‘과잉 소환’ 논란에 직면하자, 여당 내부에서는 “민생·시장안정 중심 국감으로 방향을 조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메리츠금융 측이 서면 소명서를 제출한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번 증인 철회를 통해 ‘정치적 부담’은 일부 덜었지만, PF 익스포저 규모,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 계열사 간 리스크 전이 구조 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PF 사업에서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사의 채무를 대신 보증하는 구조를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로 해석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연대보증 관행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보증형 PF를 운용해 온 메리츠금융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부각됐다.
메리츠는 증권·화재·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동반 참여하는 방식으로 PF 투자를 확대해왔다. 이 구조는 수익 다각화라는 장점과 동시에 계열사 간 리스크 전이 우려를 키운다. 실제 메리츠증권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의 127% 수준으로, 업계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PF 리스크와 별개로 내부통제 이슈도 다시 불거졌다. 최근 검찰은 메리츠금융 전·현직 임원들이 계열사 합병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고발한 지 석 달 만이다.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이후 금융당국은 일부 전·현직 임원들이 이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매수한 뒤,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자 매도해 수억 원대 차익을 거둔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올해 7월 메리츠화재 전 사장과 임원 등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 검찰은 9월 강제수사(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위 차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구조적 문제 제기로 번졌다.
이에 대해 메리츠금융은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1년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이 이그룹(옛 이화그룹) 1700억 원대 BW 발행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23년 국감에서도 내부통제 징계가 “타 증권사보다 과도하게 경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증인 철회가 기업인 부담을 덜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감장 대신 시장의 검증이 시작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