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지주회사 풍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하면서 받은 퇴직금이 389억원에 달해 뒷말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회사는 단기차입금을 400억원 늘리며 자금 조달에 나서야 했다.
22일 풍산홀딩스에 따르면, 류진 회장은 올해 상반기 총 39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중 세법상 인정되는 퇴직소득 350억원과 한도 초과분을 포함한 실수령액 39억원을 합쳐 389억원이 실제 퇴직금으로 지급됐다.
![]() |
풍산그룹 본사와 류진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 |
◆ 거액의 퇴직금 지급 위해 돈 빌린 회사
문제는 류 회장에 지급된 대규모 퇴직금으로 풍산홀딩스는 심각한 현금 유출을 겪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별도 기준 퇴직급여 지급액은 38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로 인해 영업현금흐름이 27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해당 지출이 없었다면 117억원 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 수요를 메우기 위해 풍산홀딩스는 단기차입을 크게 늘렸다. 상반기 단기차입금은 전년 동기 0원에서 400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관계사 배당수취액을 277억원으로 전년 12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러한 조치로 풍산홀딩스의 단기부채는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급증했다. 회사 전체 부채비율은 22%대로 안정적이지만, 유동부채 비중은 지난해 말 50%에서 올 상반기 94%로 높아져 유동성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류진 회장의 퇴직 명목은 공시상 '임기만료'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경협 회장직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류 회장은 풍산 등 주요 계열사 회장직은 유지하며 경영에는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
문제는 퇴직금 산정 방식의 투명성 부족이다. 풍산홀딩스는 류 회장 퇴직금 산정 방식에 대한 질문에 "내부 규정에 따라 산정했고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세부 규정은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과거 고액 보수 논란의 연속선
류진 회장의 고액 보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79억5400만원의 연봉을 받아 철강·금속업계 1위를 기록했으며, 2025년 중견기업 회장 연봉 조사에서도 84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특히 풍산그룹의 실적이 부진했던 시기에도 류 회장과 일가의 급여 및 배당금은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왔다.
2019년에는 회사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류 회장 일가가 100억원 안팎의 배당금과 급여를 받아 논란이 됐다.
◆ 시장의 우려와 향후 과제
시장에서는 풍산홀딩스의 거버넌스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산홀딩스는 자산 2조원 미만 기업으로 사외이사 과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을 둘 의무가 없어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상장회사인 풍산홀딩스가 배당이나 신규투자가 아닌 오너 퇴직금을 위해 차입을 늘리면서 차입 비용까지 떠안게 된 점은 주주들의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짜는 "류진 회장이 한경협 회장으로서 경제계를 이끌어가야 할 입장에서 이러한 논란은 윤리 경영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