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IC, '삼성생명 회계' 조사 착수...국제 무대로 번진 일탈회계 논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2 16: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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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넘어 국제 회계기구 IFRS IC까지 개입

[HBN뉴스 = 홍세기 기자]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가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금융권의 일탈회계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내 금융당국을 넘어 국제 회계기구까지 개입하게 되면서 사안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IFRS IC는 딜로이트, EY, KPMG, PwC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과 주요국 증권감독기구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약 130여 개국이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해석하고 지침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IFRS IC는 이르면 11월 말 '의제 결정(Agenda Decision)' 문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사진=삼성생명]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탈회계 관련 부분은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내부 조율이 된 상태"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IFRS IC의 해석과 무관하게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통해 조속히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 문제의 원인과 배경


논란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1980~1990년대 유배당보험 159만건을 138만명에게 판매해 받은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 8.51%(약 30조원)를 매입한 후,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보험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분류한 것이다.​

2023년 도입된 IFRS17 원칙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보험부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2022년 말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금감원으로부터 IAS 1의 '일탈(Departure)' 조항에 근거한 예외적 회계 처리를 승인받았다.​

문제는 올해 2월 삼성전자가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발생했다.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금융산업법상 한도(10%)를 넘어서자 약 24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는데, 이로 인해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일탈 조항 적용의 전제조건이 흔들리게 됐다.​


◆ 국제 무대로 번진 일탈회계 


한국회계기준원이 지난 9월 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및 IFRS IC 주요 인사를 만나 '일탈 회계' 문제를 논의하고,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회계처리가 '오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회계기준원은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가 IFRS17의 근본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계약자지분조정은 부채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IFRS17이 요구하는 단일 보험부채 평가 구조를 자의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IFRS IC의 '의제 결정(Agenda Decision)'은 공식 해석서는 아니지만 사실상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통한다. 전 세계 130여개국이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을 해석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IFRS IC가 11월 말 발표 예정인 의제 결정은 국내 금융당국의 입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FRS IC는 현재 글로벌 4대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과 주요국 증권감독기구를 대상으로 "IAS 1의 '일탈' 조항 적용 시 공정한 표시 및 개념체계 준수를 충족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내 회계 논란이 국제 무대로 확산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이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금감원의 독자 행보 가능성도

금감원은 IFRS IC의 해석과 무관하게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통해 조속히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질의회신 연석회의는 금감원과 회계기준원, 민간전문가 총 13명으로 구성된 회계처리 심의기구로, 중요한 회계 이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금감원이 최근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법 적용 문제와 관련해 질의회신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에 유리한 결론을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금융당국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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