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송현섭 기자] 정부가 지난주말 발표한 ‘50조+α’의 유동성 공급 결정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반응은 시원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대부분 금융사들은 이번 정부 조치로 단기 회사채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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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
고금리 기조가 예상되면 전반적으로 채권시장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채권금리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 수요가 줄어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채널인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양대 자금 조달원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불안한 양상이기 때문에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기업들의 단기적으로 자금난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기된 자금경색 상황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금융정책 당국과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이 함께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한 점은 인상적”이라며 “당장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 규모에 대해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상당한 수준까지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경색을 촉발한 레고랜드 사태를 거론하며 지자체의 지급 보증 재확약을 끌어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의견을 조율한 점이 더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자금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은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침체가 맞물려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유동성 공급조치는 단기적 효과만 기대할 수 있지 근원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요인으로 한국은행이 (고금리 정책에서) 변하지 않으면 이번 대책의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시장 안정화 방안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에 대한 미시조치”라며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 조건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 당국의 각종 조치가 나름대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조치만으로 금리가 안정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채권안정펀드는 금융기관에서 출자하는 만큼 은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미 자금 부족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은행들이 채안펀드의 캐피탈콜에 응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캐피탈콜에 응하려고 은행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한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른 효과를 떨어뜨린다“며 ”금리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율 방어를 위해 최소한 안전장치 수준의 금리 인상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오기 전 금리인하 기조로 갈 수 없다는 한계가 채권시장의 최대 불안요소란 것이다. 과거 양적 완화기조를 벗어나 미국 FRB에서 중장기 빅스텝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팽배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3일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디폴트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에 대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유동성을 50조원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에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으로 3조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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