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언론 자율규제, ‘힘겨루기’로 변질? … 자율규제 본뜻은 어디로?

이정우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4 19: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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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앞에 날 선 공세 이어가는 언론계 큰 어른(?)들
-“서약사 탈퇴는 개별 매체의 고유 권한"

[HBN뉴스 = 이정우 기자]  인터넷신문업계가 다시 한번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고 있다. 

 

4일 언론 스스로의 윤리 확립과 자율 규제를 위해 출범했던 단체인 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와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인신윤위)가 서로를 향해 날 선 공세를 이어가며 언론계의 어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던 인신협이 이익 앞에서 품격까지 흔들리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언론의 자율규제라는 취지가 외부에서 볼때는 정부 지원금의 규모 나 ‘조직의 알력과 힘의 논리’로 ‘각 조직의 우위 다툼’으로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의 발단은 인신협이 3일 이사회를 통해 ‘생산자단체 중심의 자율심의기구를 본격 가동한다’며 기존 인신윤위에 서약사로 참여해 온 회원사 전원의 탈퇴를 결의한 데서 출발한다.

 

 인신협의 주장은 윤리위원회가 광고주 단체 등 외부 거버넌스에 장악됐다고 주장하며 독자 심의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인신윤위는 이를 즉각 반박하며 사실을 왜곡한 ‘무리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양 단체의 갈등은 여기서 더욱 증폭됐다.

 

인신윤위는 “서약사 탈퇴는 개별 매체의 고유 권한이며, 협회가 이를 ‘자동 탈퇴·자동 가입’으로 일괄 처리하는 결의는 법적으로 무효”라는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정 단체가 소속 언론사들을 일괄 지휘해 하나의 심의기구로 몰아넣으려는 시도 자체가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자율규제를 외치면서 정작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또 인신윤위는 ‘탈퇴 지연’ 의혹에 대해서도 “단 하루도 처리 지연 사례는 없었다”며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오히려 일부 회원사가 윤위 담당자에게 폭언을 했다는 사례까지 공개하며 인신협의 주장을 ‘적반하장’이라 비판했다. 

 

인신협이 주장한 ‘서약참여사 리스트 삭제’ 역시, 탈퇴 압력을 견디기 어렵다는 회원사들의 요청을 반영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에 가까운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수년간 이어져 왔던 보이지않는 갈등의 양상이 이미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결국 누가 인터넷 언론계의 윤리 규범을 주도할 것인가, 즉 ‘거버넌스의 주도권’ 싸움이다. 그러나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권력 다툼’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의 품격과 책임이다. 

 

자율규제 기구란 이름 아래 어느 단체가 더 큰 힘을 가지느냐보다, 어떤 방식이 더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인신협이 강조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윤리교육 고도화’와 같은 미래 지향적 계획들은 실제 심의 경험·프로세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인신윤위는 이에 대해 “심의 이력도 없는 기구가 ‘본격 가동’을 말하는 것은 오도”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어느 측의 주장이 옳든, 업계가 스스로 신뢰를 잃는 방식만은 피해야 한다.

 

언론의 품위는 외부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자율규제란 언론이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약속이며, 그 약속은 투명성과 객관성, 무엇보다 ‘힘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효력을 갖는다. 

 

생산자 단체만의 배타적 구조로도, 외부 거버넌스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구조로도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을 가진 쪽’의 승리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다.

 

이번 갈등은 결국 한국 인터넷언론의 자율규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묻는 거울이다. 언론의 위기는 외부의 압력보다 내부의 분열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양측 모두 자신의 논리가 아닌 ‘언론의 공공성’이라는 원칙으로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자신들이 가진 각각의 힘으로 상대를 누르려는 다툼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지혜로움이 필요할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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