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의 아픔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미래를 발원하다
불자 여러분, 유난히 푸르른 녹음이 짙어가는 6월입니다. 산하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6월은 단순히 아름다운 계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젊음과 생명을 기꺼이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억하는 경건한 달입니다. 특히 현충일을 맞이하는 이 시기, 우리는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산화한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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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
7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우리 민족의 가슴 한편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부모를 잃은 자식이 있었고, 자식을 잃은 부모가 있었으며, 고향을 떠나 평생 돌아가지 못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에게 깊은 아픔을 남긴 인간사의 가장 큰 비극 가운데 하나입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으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자비로써만 사라진다." 이 가르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전쟁은 미움이 낳고, 갈등은 증오가 키웁니다.
그러나 평화는 이해에서 시작되고, 화해는 자비에서 시작됩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자비의 정신은 단순히 개인의 수행을 넘어 공동체와 국가,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입니다.
현충일은 단순히 과거를 추모하는 날이 아닙니다. 희생된 영령들의 뜻을 기억하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서원하는 날입니다. 총칼보다 대화가 앞서고, 대립보다 화합이 앞서며, 미움보다 사랑이 앞서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의 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한 '유마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도 청정하다." 나라의 평화는 먼 곳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시작됩니다.
가정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까지도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사회를 밝히고 나라를 평화롭게 만드는 씨앗이 됩니다.
불자 여러분, 우리는 오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단지 슬픔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나라가 어떤 나라여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서로를 미워하는 나라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나라, 탐욕과 분열이 아닌 상생과 화합이 살아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그분들에 대한 가장 큰 보은일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은혜를 잊지 않는 마음을 보은(報恩)이라 합니다.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고,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 수행자의 바른 자세입니다. 감사는 과거를 향한 마음이 아니라 현재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밝히는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불자 여러분, 이 6월 첫째 주말, 현충일의 묵념 소리가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나라를 위해 산화한 모든 영령들이 극락왕생하기를 발원하며, 전쟁과 갈등으로 희생된 모든 생명들에게도 자비의 기도를 올려야 하겠습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가 감사와 보은의 마음으로 6월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며 평화를 만드는 불자가 되시고, 연꽃처럼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밝히는 수행자가 되시기를 발원합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영원히 이 땅을 지켜주시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감사와 자비의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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