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재벌 사면은 법치주의 근간 ‘흔들’” 강력 비난
[하비엔=박정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 사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9일 형기가 만료된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에 대해 정·재계 안팎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취업제한이라는 ‘족쇄’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는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사면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운석열 정부의 첫 사면 대상에 포함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오늘(29일) 형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형기 만료 후에도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은 유지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이달 말부터 향후 5년간 삼성전자 취업이 불가능해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삼성전자 회장직 승계 등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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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면 특별 사면을 받을 경우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앨 수 있어 취업제한에서 벗어나 경영에 전면 복귀가 가능하다.
이에 정·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 사면을 앞두고 ‘이재용 구명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앞서 논평을 통해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해묵은 악습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주지하다시피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박근혜 정부에 뇌물을 제공한 바 있으나, 이재용 부회장은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신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다”라며 “두 총수는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한 중대 부패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쳤지만, 지금도 주요업무를 수행하고 경영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등 막강한 경영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재벌총수를 회사의 대규모 투자 결정권한을 독점한 주체로 상정하고 ‘경제살리기’를 명목으로 사면과 형벌 완화를 실시하는 것은 사실상 이들의 초법적인 신분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다”라며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한국은 재벌총수에는 유독 관대하게 그가 행한 경제범죄의 심각성 여부를 막론하고 사면을 남용해 왔다. 재벌총수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다시 그 지배력을 볼모삼아 가벼운 형량을 받고 또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경제인 범죄 형량을 완화하는 정책 또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역시 “이재용·신동빈에 대한 특별 사면은 과거 범죄 이력을 세탁해주는 ‘돈이 법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논평을 통해 현 정부의 재벌 총수 사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윤석열 정부의 친재벌 본색 드러내기에 브레이크가 없다. 최근 총리가 거명한 이재용·신동빈은 이미 전 정권으로부터 가석방 등의 혜택을 받고 취업활동의 편의와 해외 출장 등 실질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고 있어 법 집행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더해 ‘사면’이라는 특혜로 아예 과거 범죄 이력까지 세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경총 등을 필두로 한 사용자 단체의 집요한 요구가 반영된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그들의 주장대로 총수의 사면이 없어 기업의 미래 예측과 투자 판단이 어렵다는 그 볼멘소리를 액면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 나라의 재벌 대기업의 수준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한심한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또 “오히려 재벌총수들을 사면하면 돈으로 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없던 일로 만드는 것으로 ‘돈이 법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며 “노동자, 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뿐이며 이러한 탈, 불법적 관행으로 인한 재벌공화국의 낙인은 결코 나라의 대외 신뢰도와 미래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을 농단하고 회계조작과 횡령, 배임의 중대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에게 관용은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내달 9일 또는 10일께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심사위는 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노공 차관·신자용 검찰국장·김선화 공판송무부장 등 당연직 3명과 교수 및 변호사로 이뤄진 위촉직 위원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사면심사위는 특사 건의 대상자를 최종 선정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면 발표는 12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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