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과 관계 정리 '롯데케미칼', 한투증권과 리스크 공유 모델 모색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3 14: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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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억 PRS 이탈...롯데케미칼의 선택은 '관계형 금융'
한투증권, 발행어음 인수로 '공동 리스크 부담' 공식화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롯데케미칼이 천문학적인 PRS(주가수익스와프) 자금을 전량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기며 메리츠증권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단순한 파트너 교체가 아닌, 기업과 금융사가 리스크를 공유하는 새로운 관계형 금융으로의 이동 신호로 읽힌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6637억 원 규모의 PRS 물량 전량을 인수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자금 조달 구조를 재편했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앞서 미국 자회사 LCLA 지분 40%를 담보로 메리츠증권과 PRS 계약을 맺었으며, 연 5%대 금리에 매년 330억 원대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특히 시장에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소화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직접 매입해야 하는 조항이 포함돼 발행사 리스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핵심은 ‘계약 구조’와 ‘금융사 태도’의 차이였다.

메리츠증권과의 기존 PRS는 △연 5%대 금리 △연간 약 332억 원의 이자 부담 △ABCP 미소화 시 롯데의 직접매입 의무 조항을 포함했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를 두고 “메리츠에 과도하게 유리하고, 발행사에 신용 리스크가 집중된 계약”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양사는 계약 재조정을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기존 구조를 전면 재편하기로 했고,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계좌를 통해 PRS 전량을 인수하며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투의 인수 방식은 ‘관계형 금융’ 시그널”이라며 “단기 수익성보다 대기업과의 장기 파트너십을 중시한 의사결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대기업 금융 트렌드가 ‘공동 리스크 부담형’으로 확실히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조·소재 기업들은 업황 불확실성과 대규모 CAPEX(설비투자), 신용압박이라는 3중고 속에서 금융사가 함께 리스크를 나누는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한투의 이번 인수 구조는 이런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는 평가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한투가 CIB 부문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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