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지속 여부 10월2일 판가름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일양약품의 10년간 이어진 분식회계가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주주들은 사실상 탈출구 없는 ‘투자 지옥’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0월 2일까지 일양약품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할지 판정할 예정이다. 심의대상에 오르면 거래정지는 계속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상장폐지 여부 심의)로 이어질 수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주식 매매가 정지된 일양약품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 여부를 오는 10월 2일까지 판정받게 된다. 필요 시 영업일 기준 15일 내 연장 가능하다.
![]() |
일양약품 본사 전경 [사진=일양약품] |
기업심사위원회는 회사의 회계 투명성, 경영진 책임성, 투자자 보호 수준 등을 종합 검토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 결과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 일양약품 주식의 거래정지는 계속 유지되며, 상장 유지 여부는 위원회 심의와 거래소 최종 판단에 달리게 된다. 반대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주식 매매는 곧바로 재개된다.
금융감독원은 일양약품이 중국 합작사 실적을 종속회사로 부당 포함해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고, 감사인에게 위조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유석 사장·김동연 부회장 등 공동대표에게 해임 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을 내렸다. 아울러 검찰에 사건을 통보했다.
한국거래소 또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을 공지하고 지난 10일 장 마감 이후 일양약품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문제가 된 회사는 일양약품이 45.9% 지분을 보유한 중국 현지법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로, 지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데도 경영진이 이사회 직책을 겸임하면서 사실상 지배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014~2023년까지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수백억~수천억 원 과대계상됐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한다.
외부감사인의 지적 이후 일양약품은 최근 3개년 실적을 크게 수정했다.
정정 공시로 2021~2023년 매출이 각각 3713→2425억, 3838→2478억, 3705→2667억으로 하향됐다. 2023년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정유석 공동대표는 창업주의 손자이자 3세 경영승계 인물이지만, 불과 2년 만에 해임 권고를 받았다. 지분율은 4% 남짓에 불과했지만 회사는 오너 체제를 강행했고, 그 결과는 주주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경영 도덕성 논란과 지배구조 불안이 주가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일양약품과 회계장부를 믿고 투자했던 개인 주주들에게 돌아온 것은 신뢰 붕괴와 손실뿐이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한 죄밖에 없는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라며 분노를 토로했다.
한국거래소가 내릴 결정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다. 만약 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주식 거래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정지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주주들은 팔지도 못하고 빠져나오지도 못하는 ‘투자 감옥’에 갇히게 된다. 게다가 상장에서 제외될 경우, 주주들이 투자한 자산은 자칫 종잇조각으로 전락한다.
설령 심의에서 제외돼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시장에 깊게 각인된 회계 불신으로 인해 주가가 본래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양약품은 “회계 투명성 제고 및 내부감사 장치를 강화해 추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일양약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비 처리와 매출 인식 기준이 불투명한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제약시장이 2028년 세계 3위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한국 제약사가 신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