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담지설] 8월을 보내며…“애국은 곧 불심에서 비롯된다”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8-31 11: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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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은 불심에서 비롯됩니다
-80년의 세월,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불자 여러분, 무덥고 뜨거웠던 8월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8월은 어느 때보다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8월 15일,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해방의 기쁨을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동시에 8월은 우리 민족의 치욕과 슬픔이 깃든 경술국치의 달이기도 합니다.

 

1945년 8월 15일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리고 1948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년 같은 날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 비로소 독립된 국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1910년 8월 29일,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에 국권을 빼앗기는 뼈아픈 아픔을 겪었습니다. 선조들은 이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흰죽을 나누어 먹으며 ‘경술국치일’이라 불렀습니다.

 

이렇듯 8월은 우리 민족의 눈물과 희망, 치욕과 기쁨이 함께 담긴 달입니다. 이 달의 마지막 주말에 우리는 불자로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빌려 이 역사를 다시 바라보고,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의 우리 삶에서 애국과 불심이 하나 되는 길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법구경'에 이르기를, “과거를 잊지 않는 이는 길을 잃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우리가 경술국치의 치욕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슬픔의 반복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지혜이자, 후손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바른 길입니다.

 

선조들이 흰죽을 나누어 먹으며 마음속에 독립의 뜻을 다졌듯이, 우리 또한 그 정신을 본받아 오늘의 삶 속에서 진리와 정의를 향한 정진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해방의 기쁨은 단지 땅과 권리를 되찾은 것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마음을 속박하던 쇠사슬을 끊어낸 날이었습니다. '유마경'에서는 “참된 자유란 마음이 진리에 머무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우리가 오늘 누리고 있는 자유 또한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더욱 값지고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불자로서의 해방은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민족으로서의 해방은 억압과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 두 길은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마음의 자유를 얻을 때 나라 또한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위해 화합과 자비를 강조하셨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에 전해지듯, 나라가 흥성하려면 지도자는 청정하고, 백성은 화합하며, 자비의 마음이 사회를 채워야 한다 하셨습니다.

 

우리 민족이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화합과 자비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자로서 나라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은 결코 분열이나 미움이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하나가 되는 자비의 실천입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스님, 불자가 애국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애국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불심에서 비롯됩니다. 나와 남을 함께 존중하고, 작은 이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애국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선조들은 불자이든 아니든 모두 하나의 큰 보살과 같았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민족을 살리고자 한 그 정신은 바로 자비행(慈悲行)이었고, 보살도(菩薩道)의 실천이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불자들이 이 정신을 이어받아 가정과 사회에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애국이며 불법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올해의 광복 80주년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날입니다. 오늘의 자유와 평화는 결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 위에 쌓아 올려진 귀한 결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자유와 평화를 헛되이 하지 말고, 더욱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웃과 사회를 밝히며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자로서 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입니다.

 

불자 여러분, 8월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역사의 무게와 부처님의 자비를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광복의 빛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지만, 그 빛을 꺼뜨리지 않고 더욱 찬연히 밝혀가는 것은 바로 오늘 우리들의 몫입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불자 여러분의 마음에 깃들어,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애국의 마음으로 나라를 지키며, 더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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