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창원서 출발한 범한산업, STX 인수로 계열사 11개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때 경남을 대표하던 대기업 STX와 창원에서 출발한 범한산업의 위치가 20여년 만에 뒤바뀌었다. 조선·엔진·에너지 계열사를 거느리며 몸집을 키웠던 STX는 회생절차 끝에 범한산업의 품에 안기게 됐고, 수소와 기계·모빌리티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온 범한산업은 옛 지역 대표기업 STX의 새 주인으로 올라서게 된다.
13일 STX는 서울회생법원의 허가 내용을 반영해 감자 결정 내용을 정정 공시했다. 정정공시에 따르면 감자로 보통주 발행주식 수는 1억7052만5814주에서 146만5804주로 줄어든다. 감자비율은 99.14%다. 종전 최대주주 에이피씨머큐리가 보유한 1199만5657주와 특수관계인 채권의 출자전환 주식 570만1959주는 전량 무상소각하고, 나머지 기존 주식과 출자전환 신주는 103주를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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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 본사 사옥 [사진=STX] |
감자와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범한산업의 STX 예상 지분율은 94.89%다. 범한산업에 배정되는 유상증자 신주는 2720만주로 주당 발행가는 2500원, 총 투자금액은 680억원이다.
680억원 가운데 669억9800만원은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 변제에 사용하고 나머지 10억200만원은 매각주간사 보수 등 회생계획상 비용으로 쓴다. STX 공시상 감자 목적은 ‘회생채권 출자전환 후 자본금 규모의 적정화 및 회생계획 이행’이다.
경남에 뿌리를 둔 두 기업이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위상은 지금과 달랐다. STX가 대기업 그룹으로 성장하던 시기 범한산업은 지역에서 사업 기반을 다져가던 기업이었다.
STX는 1976년 쌍용중기로 출발해 1980년 쌍용중공업을 거쳐 2001년 STX로 이름을 바꿨다. 같은 해 진해 대동조선을 인수한 이후 조선을 중심으로 해운과 엔진, 에너지, 건설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대기업 그룹으로 성장했다.
경남에서는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0년대 조선업 불황과 그룹 확장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2013년 그룹이 해체됐다.
계열사들도 각자의 길을 걸었다. STX조선해양은 케이조선으로, STX중공업은 HD현대마린엔진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STX에너지는 GS E&R로 넘어갔다. 지주사 역할을 했던 ㈜STX는 그룹 해체 이후 종합상사로 체질을 바꿔 에너지와 원자재, 기계·엔진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2018년 에이피씨머큐리에 매각된 뒤에도 독자 생존을 모색했지만 지난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올해 3월 범한산업 컨소시엄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공개경쟁 입찰에서 추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범한산업이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16일 STX의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범한산업은 1990년 경남 창원에서 출발했다. 수소압축기 등 기계 분야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다 2019년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범한퓨얼셀을 설립했다. 범한퓨얼셀은 잠수함용·건물용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충전소 사업을 확대했고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범한그룹은 이후 범한메카텍을 통해 수소 생산·저장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범한자동차를 통해 모빌리티 분야까지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했다. 범한산업의 수소압축기, 범한퓨얼셀의 연료전지·충전소, 범한메카텍의 저장 기술을 잇는 구조다.
범한그룹은 STX 인수 직전 1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STX 인수가 마무리되면 계열사는 11개가 된다. 정영식 범한그룹 회장은 2024년 인터뷰에서 당시 그룹 전체 자산 규모를 약 9800억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범한이 STX를 선택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도 있다. 정 회장은 범한그룹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수소 관련 사업의 해외 확장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STX 인수와 관련해서도 해외 네트워크의 활용 가치가 크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STX 브랜드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가치가 크다며 사명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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