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헌법 2조, 대통령 후보는 '태생적 미국시민' 규정
[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미국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의 공개적 불화가 감세 법안을 둘러싼 논쟁에서 촉발되면서, 머스크는 제3정당 창당이라는 파격적 카드를 시사했다. 이로 인해 머스크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6일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에서 실제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이튿날, 응답자 80%가 신당 창당을 지지한다는 결과를 공개하며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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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좋았었잖아..." 지난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가 미국 펜실베니아 버틀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참여해 환호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
이번 신당 설립 논의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파국을 맞이한 직후 나온 것으로, 두 사람은 최근 트럼프의 감세 법안 논쟁을 계기로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22일 연방 하원은 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천을 위한 핵심 세제 법안을 1표차로 의결했다.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트럼프가 1기 때 시행했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연방 국가 부채가 향후 10년간 2조40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이 때문에 법안 통과를 전후해 채권 시장에서는 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키우고, 자신이 이끌던 정부 효율화 부서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법안에 포함된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등이 테슬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그의 반발에 힘을 실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감세 법안을 “역겨운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했고, 트럼프는 이에 대해 “대통령직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며 “관계가 끝났다”고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의 ‘1등 공신’으로 꼽혔던 머스크가 이제는 스스로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머스크가 실제로 미국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을까? 미국 헌법 제2조는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만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태생적인 미국 시민(natural-born citizen)’”으로 규정한다. 미국 의회는 2011년 ‘태생적 미국 시민’에 대해 “부모가 외국인이더라도 미국 영토에서 태어났거나, 외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이면 출마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시민권자만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하우텡주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으며, 부친 에롤 머스크의 국적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머스크는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3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태생적인 미국 시민’은 아니다. 따라서 그는 미국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 다른 선출 공직에는 도전할 수 있지만, 대통령직에는 원천적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
머스크의 제3당 창당 언급은 트럼프로 대표되는 공화당과 결별하고, 미국 정치의 중도 세력 혹은 새로운 정치 세력을 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 정치인 앤드루 양은 머스크에게 신당 창당이나 기존의 제3당(전진당)과 협력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체제가 매우 공고해, 새로운 정당이 자리 잡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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