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 '연임' 포기, 내부 개혁은?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5 12: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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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택한 CEO, 남겨진 건 '개혁의 연속성' 과제
AI·DX 전략 재조정 가능성, 성장 동력 지킬 수 있나

[HBN뉴스 = 이동훈 기자] KT가 또 한 번의 리더십 전환기를 맞았다. 성과와 책임을 동시에 안은 김영섭 대표가 차기 CEO 공모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그가 이끌던 민간형 리더십의 공백이 KT 개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1월 4일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이며, 이 시점을 기점으로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 9월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있다. 김 대표는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CEO로서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섭 대표의 불참 선언은 단순한 불출마를 넘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보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2023년 8월 외부 출신 CEO로 KT에 영입됐다. LG CNS 대표 시절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며, 비효율 사업과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해 조직의 수익성을 개선한 경력이 있다.

그가 재임한 2015~2022년 동안 LG CNS의 매출은 3조 2000억 원에서 5조 원으로, 영업이익은 839억 원에서 3854억 원으로 늘었다.

KT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펼쳤다.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AI·DX(디지털 전환) 중심의 조직 개편을 추진해 2025년 2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인력 효율화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갈등과 일부 인명 사고로 인해 ‘냉철한 구조조정 리더십’의 한계도 지적됐다.

김 대표의 리더십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대한 검증대에 올랐다. 해킹 은폐 의혹과 보안 관리 부실 논란이 제기되며 정치권과 사회 전반의 책임론이 확대됐다.

김 대표는 당시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했으며, 이번 불참 결정은 이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퇴진은 성과 측면에서는 안정적 실적을 남겼지만, 보안 사고 대응과 내부 관리 문제 등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남기게 됐다.

KT는 이날부터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에 착수했다. 공모는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며, 연내 후보자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공개모집과 외부 전문가 추천이 병행되는 이번 절차는 KT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KT의 지배구조상 ‘경영 주체 부재’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는 관측도 있다.

KT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있는 준공기업적 민간기업으로, 이사회 중심 구조 속에서 경영인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AI·디지털전환 등 김영섭 체제에서 추진된 핵심 전략이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일부 재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KT가 경영 안정성과 전략의 연속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관건이다. 민간형 리더십이 사라지면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주주 A씨는 “김영섭 대표의 결단은 분명 책임 있는 리더십의 모습이지만, 동시에 KT가 다시 ‘관료형 기업’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다”며 “공기업적 관성에 맞서온 개혁 기조가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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