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우선협상대상자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 험로 불가피

장익창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9 15: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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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입찰금액 정보 유출 가능성, 법적 대응 불사"
본입찰 후 프로그레시브 딜에서 최고가 제시 파문 확산

[HBN뉴스 = 장익창 대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흥국생명이 입찰금액 막판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입장인 데다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이 존재해 향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사진=연합뉴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힐하우스를 이지스자산운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인수전이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간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간 2파전'으로 예상됐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란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힐하우스가 본입찰 이후 갑자기 인수가를 1조1000억원까지 끌어올리면서 막판에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 전해진다. 본입찰에서 다른 참여자인 흥국생명은 1조 500억원, 한화생명은 본입찰에서 9000억원대 중반을 써 낸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힐하우스가 막판에 인수가를 배팅하기 전까지 흥국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시 됐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힐하우스는 당초 본입찰에서는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잠재적 인수자 간에 추가로 가격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해 인수가를 크게 높여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진단이다. 

 

흥국생명은 이날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절차는 공정하지도 못했고 투명하지도 않았다. 입찰 과정에서 주주대표와 매각주간사가 보여준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흥국생명은 "당초 주주대표와 매각주간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믿고 당사는 본입찰에서 최고액을 제시하며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진정성을 보였다"며"매각주간사는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매각주간사의 당초 약속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높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은 "특히 이 과정에서 매각주간사가 힐하우스에 흥국생명의 입찰 금액을 유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한국 부동산 투자 플랫폼에 관심을 둔 중국계 사모펀드와 성과급을 노린 외국계 주간사가 공모한 합작품으로 매도인에게 부여된 재량의 한계를 넘어 자본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 

 

흥국생명의 대응과 별개로 관건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이 존재한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실하우스의 자금 출처, 재무 건전성, 지배 구조의 투명성 등에 대한 적격성을 심사하고 이를 통과할 경우 내년 상반기 잔금 지급 등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부동산 운용사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심사가 엄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힐하우스 창업자이자 회장인 장레이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1972년 중국 허난성 출신인 장레이는 인민대에서 국제금융학을 전공한 후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과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한 후 2005년 힐하우스를 설립했다. 힐하우스는 텐센트·징둥닷컴 등 중국 빅테크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자본이라는 외부 인식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 웹사이트를 보면 중국과 관련된 표현이 상당 부분 삭제돼 있고 중국계 직원도 줄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이번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주체도 힐하우스 측의 일본 사업체인 삼티AMC라는 점도 주목할 대상이다. 삼티AMC는 일본에서 주거 및 호텔 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온 삼티홀딩스의 부동산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기업이고, 삼티홀딩스는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에서 2020년 실물자산 투자 부문을 분사해 설립된 부동산 전문 자회사 라바파트너스에 피인수된 업체다.

 

힐하우스의 국내에서의 행각도 논란이다. 2023년 인수한 SK에코프라임의 경우 내부 재무 재조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연간 순이익 160억원을 웃도는 699억원의 배당을 수령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입장 표명을 극구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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