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K2 흑표', 글로벌 전차 플랫폼 새 기준 부상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1 10: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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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수출 넘어 '현지화'...폴란드, 유럽 진출 전진기지로
압도적 양산 능력이 무기...'EU 보호주의'는 넘어야 할 산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가 완성품 수출을 넘어 각국 요구에 맞춰 진화하는 차세대 무기체계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의 재무장 흐름 속에서 빠른 공급, 현장 적응성, 사후 운용 기반까지 갖춘 K2가 세계 전차 시장의 새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방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은 최근 의회 서면 답변을 통해 2022년 체결한 K2 전차 1000대 도입 기본계약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란드 정권 교체 이후 제기됐던 계약 축소 가능성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기존 도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중동형 K2전차 [사진=현대로템]

K2PL 사업의 핵심은 현지화다. 이는 폴란드군의 작전 환경과 나토 운용 기준에 맞춰 K2 전차를 개량하는 현지 맞춤형 모델이다. K2PL 일부 초도 물량은 한국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물량은 폴란드 현지 방산시설에서 조립 생산될 예정이다.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벤디 공장이 생산 거점으로 거론된다. 전차 운용에 필요한 구난장갑차와 교량전차 등 지원 장비 생산도 현지화 대상에 포함된다.

유지·보수와 창정비 체계도 단계적으로 폴란드 내에 구축된다. 전차를 도입한 뒤 핵심 정비를 해외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폴란드 현지에서 운용·정비·후속 지원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는 K2를 단순 장비가 아니라 하나의 전차 운용 체계로 확장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폴란드 현지 생산 거점은 향후 유럽 시장 확대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루마니아는 K2 전차 216대 도입을 검토 중이다.

K2의 성능이 유럽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화력과 기동력, 방호력의 균형에 있다. K2는 120㎜ 55구경 활강포와 자동장전장치, 통합 사격통제장치를 갖춘 3인승 주력전차로, 1500마력급 디젤엔진과 유기압 현수장치를 기반으로 산악·구릉·하천 지형에서 안정적인 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포장도로 기준 시속 70㎞, 야지 기준 시속 50㎞ 수준의 기동 성능과 수심 4.1m 잠수도하 능력도 갖췄다.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전장관리체계, 능동방호체계 적용 가능성 등은 현대전에서 요구되는 생존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K2는 2022년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 평가에서 독일 레오파르트2A7과 함께 혹한기 기동 및 사격 시험에 참여하며 북유럽 작전 환경에서 운용성을 검증받은 경험이 있다. 최종적으로 노르웨이는 독일 전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K2는 설원과 저온 환경에서 기동성, 가격 경쟁력, 납기 측면의 강점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K2가 북유럽과 동유럽의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도 경쟁 가능한 전차 플랫폼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한다. 여기에 중동형 K2인 K2ME는 고온·사막 환경에 맞춰 방진·냉각 성능을 강화한 모델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맞춤형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라크는 약 250대 규모의 전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페루 역시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 도입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한 상태다.

글로벌 전차 시장에서 K2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납기와 양산 능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의 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유럽 방산업체들의 생산 여력은 빠르게 소진됐다. 반면 한국 방산은 비교적 빠른 생산과 인도, 안정적인 품질 관리, 후속 군수지원 체계를 앞세워 폴란드 등 주요 수요국의 선택을 받았다.

K2가 글로벌 전차 플랫폼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품 국산화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대로템은 국산 파워팩과 냉각장치 등 핵심 부품 적용 범위를 넓혀 외국산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방산 시장은 성능과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근 유럽연합의 방산 금융 프로그램인 ‘유럽안전보장행동(SAFE)’과 회원국 내 산업 보호 기조가 맞물리면서 역내 업체를 우선 고려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 방산 시장은 이제 성능과 가격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한국 방산이 추가 성과를 내려면 기업의 생산·기술 경쟁력은 물론 정부 차원의 세일즈 외교와 금융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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