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가습기살균제 참사’ 옥시 투자 확대한 국민연금 ‘규탄’

윤대헌 / 기사승인 : 2022-08-08 17: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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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민연금은 ‘ESG·책임투자’ 준수해야”
“‘살인기업’에 투자금 증액은 ‘국민 기만’ 행위”

[하비엔=윤대헌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옥시 본사의 주식은 약 3600억원으로, 0.5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지분 0.21%(약 1500억원)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경실련 및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6개 단체는 8일 공동 성명을 통해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기업’에 대해 국민의 돈으로 투자금을 늘린 국민연금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국민연금공단. [사진=연합뉴스]

이들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태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국민연금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국내 관련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줄이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유독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해서만 투자금액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투자처에 대한 자율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살인을 저지른 비윤리적 기업에 투자금액을 늘린 이유를 충실하게 해명하여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은 ‘개별 종목에 대해서는 설명해줄 수 없다’라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102조 제4항은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에 있어 ‘책임투자’를 고려할 것을 권고하는 조항이다.

 

▲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아시아다국적기업모니터링네트워크 등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는 “국민연금법의 해당 조항은 강제력이 없어 국민연금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악덕기업들에 거액의 투자를 해온 바 있다”며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ESG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성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윤리적 투자를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미국과 노르웨이 등 선진국의 경우 환경파괴나 국민의 건강에 해를 입힌 기업들을 투자대상에서 완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국민연금은 ESG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나쁜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며 “국회 역시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ESG투자’를 강제하는 제도적 정비에 즉각 나서야 하고, 국민연금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가 국민연금에게 ESG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국민연금의 이번 행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투자하는 비상식적인 결과를 만들었다”며 “국민연금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오로지 수익성에 기반한 무책임한 투자가 아닌 원칙과 국민의 뜻에 따른 윤리적‧사회적 책임 투자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지키는 연기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거라브 제인 전 옥시 한국 사장 소환 수사 촉구와 함께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 및 서현정 홍보이사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7월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약 7768명으로, 이 가운데 178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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