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잠실우성 재건축 ‘책임준공 거부’에 이어 설명회 강행 논란

조정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0 17: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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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조정현 기자] 서울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사업이 ‘대어급’으로 꼽히는 가운데,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 수주전에 참여한 삼성물산이 ‘조합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책임준공 확약을 입찰조건에 넣는 조합에는 입찰하지 않겠다’라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책임준공 확약’은 공사비 분쟁 등으로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공사 중인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합 측의 방어수단인 만큼 입찰지침서에 이를 명시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측에서는 책임준공을 거부하고 나서 양 측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우성 아파트 전경. [사진=포털사이트]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7·8일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대의원을 비롯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입찰지침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은 기존 1842가구를 재건축해 2680가구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문정동래미안갤러리 1층 아트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입찰지침과 관련해 당사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보여드려야 하는 시간이 도래한 듯하다”라며 “입찰기준의 오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는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설명회에 앞서 조합은 삼성물산의 설명회 소집 금지를 공식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지난 4일 ‘별도 대의원 설명회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에 전달한 바 있다.

 

조합은 공문을 통해 “시공사에서 조합정관에 반해 별도 대의원 설명모임을 소집하거나, 홍보활동 중에 특정 이슈를 부각시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또는 근거없이 조합을 비방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이같은 사항이 발생할 시 조합은 법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며, 그 책임을 물을 것을 양지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에 조합은 삼성물산의 설명회 강행에 대해 “조합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도시정비법에 ‘조합원 개별접촉 및 향응’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사업설명회를 앞세워 수 백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사 홍보가 아닌 ‘조합 집행부와 대의원을 압박해 입찰조건을 변경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조합 측의 주장이다.

 

 잠실우성 재건축 조합이 지난 4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에 보낸 공문 일부. [자료=조합원]

 

삼성물산은 또 오는 11일 열리는 대의원회의에 앞서 10~11일 사이 5차례에 걸쳐 대의원을 대상으로 추가설명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대의원을 대상으로 설명회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를 발송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가장 큰 문제는 자사 입맛에 맞는 입찰조건을 정해놓고, 설명회를 통해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실제로 삼성물산은 11일 예정된 대의원회 안건이 무조건 부결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의 이같은 공세는 입찰지침서에서 ‘책임준공 확약’ 삭제가 목적이라는 것이 조합 측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해를 보거나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시공사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중단하지 말라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사업의 책임준공 확약에는 ‘조합의 귀책사유로 착공신고 지연, 천재지변, 전쟁 또는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는 제외’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조합 측의 책임준공 확약은 ‘무조건적인 책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삼성물산의 설명회 강행을 문제삼아 관할구청에 민원이 제기될 경우 사업진행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또 설명회를 통해 ‘시공사가 대안설계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기간연장과 공사비 증액 등으로 추가 발생하는 비용은 건설업자 등이 부담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또 ‘입찰보증금 몰수’와 관련해 “기간 이내 계약을 안 하거나 대안설계 등을 시공사가 책임지지 않을 시, 그외 입찰지침 위반 시 입찰보증금 몰수는 과하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조합은 총회에서 선정된 ‘건설업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입찰참여 규정 등을 위반하여 조합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건설업자 등의 입찰보증금을 해당 조합에 귀속시킬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외 삼성물산은 ▲이의제기 ▲채권확보 ▲유치권 ▲무상제공 공사비 등의 항목에서 서울시가 정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위배되는 유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한편 서울 한남4구역의 경우 조합에서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했지만, 삼성물산의 거센 반발로 입찰조건이 변경됐다. 또 방배15구역 역시 삼성물산은 조합에 ‘책임준공 확약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 입찰하지 않겠다’라고 통보한 상태다.

 

도시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내 정비사업 입찰은 관청의 관리 하에 입찰조건을 시공사에 제시하는데, 삼성물산은 자사 조건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입찰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이는 조합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입찰이 아닌 삼성물산의 리스크를 없애려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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