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관련 법령도 동일 적용 [HBN뉴스 = 이정우 기자] 대한노인회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노인 회원들을 대표하는 상징적 단체가 무자격자의 회장 당선 논란에 휘말리면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당선된 이중근 회장이 있다. 그는 국내 도급순위 12위의 중견 건설사를 이끌던 기업인 출신으로, 과거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이력이 있다. 사면을 통해 사회로 복귀했지만, 정관과 법령이 정한 ‘피선거권 제한 기간’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장으로 당선되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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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2018년 회사 자금 4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8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는 형을 집행받은 뒤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사면 직후 대한노인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대한노인회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 제10조 5항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공직선거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정이다.
법조계의 해석은 명확하다. 사면·복권은 형벌의 효과만을 없앨 뿐, 법령이나 정관이 정한 결격기간을 면제하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2001다61301, 2013다217388 판결 등을 통해 같은 입장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따라서 이중근 회장은 피선거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그의 당선은 법적으로 무효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노인회 내부에서도 이 회장의 명의 변경 절차가 진행되던 중 제동이 걸렸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 행정관서 직원들 역시 정관 위반을 이유로 당선 무효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회장 본인은 자진 사퇴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들의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불법적 사안이 확인되었는데도 임원들이 침묵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회장 개인뿐 아니라 지도부 전체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선거 과정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 A씨는 본지 취재진에게 “후보자 서류 접수 당시 특정 고위직의 개입으로 석연치 않은 절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번 사안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정 증언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닌, 법적 효력을 가진 ‘무효 사안’으로 보고 있다. 민법 제42조는 사단법인의 결의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경우 무효로 확인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대한노인회 회장 선거가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면, 이 회장의 당선 자체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직선거법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공법적 규정에서도 동일한 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대한노인회의 독립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자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1000만 노인 회원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는 오랜 세월 사회의 어른으로서 목소리를 대변해온 단체다. 그 수장이 정관을 위반한 상태에서 당선됐다면, 이는 단체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회원들의 자존심은 깊게 상처받고 있다. 다수 회원들은 “노인의 권익을 지켜야 할 단체가 오히려 불법적 논란에 휩싸였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임원진의 책임을 묻는 집단행동이나 법적 대응 움직임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대한노인회는 더 이상 이 사안을 내부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국민적 존경을 받아야 할 단체가 신뢰를 잃는다면, 이는 곧 사회 전반의 어른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면으로 형벌을 면제받았다고 해도, 법이 정한 결격기간을 무시할 수 없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정의이고, 노인 세대가 후세에 남겨줄 올바른 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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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노인회 제19대 회장선거에 무자격자 출마로 당선되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 [출처/대한노인회 홈페이지 캡쳐] |
이제 대한노인회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어섪은 선거관리의 논란은 차치 하더라도 무자격자 당선이라는 지금의 결과에 대하여 자격 없는 회장 당선을 그대로 두고 국민적 신뢰를 잃을 것인지, 아니면 정관과 법을 존중하며 단체의 명예를 지켜낼 것인지.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회장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가 법치와 도덕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각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헌법학자는 “사면과 복권은 형벌의 효과만 지울 뿐, 결격기간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가 누차 확인한 바”라며 “대한노인회장 선거 결과는 법적으로 무효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연대 한 관계자는 “1000만 노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불법과 무자격 논란으로 얼룩진다면 국민적 신뢰는 무너진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 당국은 즉시 법적 검토를 거쳐 당선 무효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원들의 “존엄을 지켜달라”는 회원들의 분노는 더욱 절절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72세 김모 씨는 “우리가 노인회에 바라는 것은 노인들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라며 “회장이 법을 어기고 앉아 있다면 우리를 대변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산의 68세 이모 씨 역시 “노인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외부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며 “정관을 지키지 않는 지도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이제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법과 정관을 지켜 단체의 명예를 회복할 것인지, 아니면 무자격 논란을 방치해 국민적 신뢰를 잃을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당선 여부가 아니라, 법치와 도덕, 그리고 사회 원로 단체의 존재 이유를 묻는 중대한 사건이다. 회원들의 눈물 섞인 호소와 사회의 비판을 외면한다면, 대한노인회는 더 이상 존경받는 어른들의 단체로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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