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올 상반기만 횡령사건 10건…피해금액 200억원 넘어

윤대헌 / 기사승인 : 2022-08-10 16: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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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명의 도용·허위서류· 대금 부풀리기 등 수법도 다양
폐쇄적 조직구조·조합장 권력·느슨한 회계감사가 원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내부통제 강화·엄격 처벌 등 조치 시급”

[하비엔=윤대헌 기자] 올 상반기 중 지역농협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은 총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구매대금 계산서 허위작성을 비롯해 내부 전산시스템 조작, 농협하나로마트 정산업무 과정에서 빼돌리기 등 수법도 다양하다. 농협중앙회는 그러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0일 “농협은 횡령 범죄의 근절을 위해 고발요건을 강화하고, 엄중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며 “금융감독원은 검사 및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사진=농협]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횡령 규모가 가장 큰 지점은 김포파주인삼농협으로, 농자재 구매 대금 조작으로 76억원을 빼돌렸다. 이는 지역농협에서 주로 사용되는 횡령수법으로, 동일 수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중앙농협 구의역 지점에서는 도박 빚을 탕감하기 위해 고객 명의를 도용해 허위대출을 하는 수법으로 49억원을 횡령했고, 진주 대곡농협에서는 상호금융 소비자인 조합원에게 정산돼야 할 보조금 5800만원을 본인 계좌로 착복했다.

 

이렇듯 다양한 수법으로 올 상반기 농협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의 피해 규모는 총 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에 잇따라 밝혀진 지역농협의 횡령사건은 대부분 올해 4월 우리은행 횡령사건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전수조사를 지시한 후에 밝혀진 것이다”라며 “횡령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 없었다면 지역농협의 뿌리깊은 고질병이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농협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금감원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90년 익산 황등단위농협의 통일벼 350가마 횡령, 2001년 수원축협 8억원 횡령 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은 농·수·축협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한다는 ‘말뿐인 약속’을 해왔다는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의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금감원은 2년에 한 번 정도 지역농협 1115곳을 감사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제대로 된 검사 및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동안 폐쇄적인 조직구조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합장, 규모 대비 매우 느슨한 외부 회계감사 기준 등으로 농협은 부패를 방치·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에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농협중앙회의 ‘조합 임직원의 범죄사고에 대한 고발기준’ 제4조에는 횡령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형사 고발하고, 1억원 미만의 경우 해당 농협의 자체 판단을 거쳐 고발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횡령사건 발생 시 자체 징계로 끝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부 회계 감사도 지역농협의 경우 조합장 임기가 시작되고 2년이 돼야 실시할 수 있어 사실상 4년 임기 중 1회만 받는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부패영향평가 결과를 통해 농협중앙회에 횡령과 같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액수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형사 고발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어야 하고, 외부 회계감사도 해마다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농협중앙회는 현재까지 횡령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농협의 뿌리깊은 횡령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점검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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