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악재에 적자·연체율·부실채권 급증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신용협동조합이 IMF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총제적 위기 속에서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나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일 전국 860명의 신협 이사장이 직접 투표해 제34대 신협중앙회장을 선출한다. 이는 2021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경쟁하는 본격 경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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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협중앙회관 전경 [사진=신협중앙회] |
신협이 마주한 경영 환경은 매우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신협의 당기순손실은 33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75억원에 이어 대규모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연체율의 급증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협의 연체율은 8.36%로, 지난해 말 6.03%에서 2.33%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8.3%) 이후 처음으로 8%대를 돌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8.53%에 달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 0.4~0.5% 수준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높다.
부실채권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신협의 부실채권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에서 최근 7조5600억원대로 5년 만에 3.6배 증가했다. 적자 조합의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신협 866개 단위조합 중 456곳(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했으며, 일부 지역 조합의 연체율은 17~18%에 달하는 수준이다.
◆ 부동산 PF 부실이 위기의 핵심
신협의 건전성 악화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비롯됐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신협이 집중 투자했던 PF 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터져 나온 것이다. 2023년 말 신협의 부실채권은 2022년 9조1339억원에서 17조3535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부실화가 진행 중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신협의 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신협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는 263건으로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39건, 농협의 28건, 수협의 22건을 훨씬 웃돈다. 횡령, 배임, 금품수수 등 관리 부실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지난 국감에서는 금고 이사장이 법인카드로 골프장 생일파티를 벌인 사건도 드러났다.
◆ 직선제 이후 첫 경선…5명의 후보가 경쟁
내일 투표에는 5명의 후보가 나섰다. 현장 경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인사와 중앙회의 정책 경험을 내세우는 인사가 맞붙는 구도다.
고영철 광주문화신협 이사장(1959년생)은 32년간 광주문화신협을 흑자로 운영하면서 조합 자산을 1조7,000억원으로 키워낸 경영 성과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는 중앙회 차원에서 신규 대손충당금 발생 시 자금을 지원하는 '매칭 충당금 펀드'를 조성하고, 부실채권(NPL) 매각 초과이익을 사후 정산해 조합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박종식 삼익신협 이사장(1958년생)은 1982년 신협 입사 이후 40년 근무 경력을 내세운다. 대구한의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여신지원팀 신설 △NPL 채권 매입 가격 재조정 및 관리 수수료 폐지 △불법 대출 사전 차단 시스템 구축 등 중앙회 주도의 부실여신 정리를 공약했다.
송재용 남청주신협 이사장(1963년생)은 2016년 취임 당시 2,400억원 수준이던 조합 자산을 9200억원까지 확대한 실적을 바탕으로, 중앙회비 상한제와 소형조합 회비 면제 등 조합 부담 경감에 방점을 뒀다. 부실채권 매입 시 매각 시점을 조합과 협의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관리수수료는 0.5%까지 인하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양준모 신협중앙회 이사(1962년생)는 신협은행 설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계대출을 기존 4조원에서 11조원으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전산 구축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윤의수 전 신협중앙회 대외협력이사(1964년생)는 국회·정부와의 정책 협의 경험을 내세운다. 부실채권 매각 손실을 중앙회가 분담하고, 예금자보호기금 출자로 조합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 등 공격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 "깜깜이 선거" 속 건전성 회복이 핵심 변수
이번 선거는 위탁선거법 적용으로 선거운동이 엄격히 제한돼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고영철 후보가 호남권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한 반면, 윤의수 후보는 수도권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사실상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협 위기의 핵심은 단순한 수익성 악화가 아니다. 신협이 역사적으로 보유했던 '낮은 연체율'이라는 건전성의 버팀목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2002년부터 2023년까지 2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던 신협이 부동산 경기 급락으로 한 순간에 적자로 전환된 만큼, 새 회장이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건전성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신협의 생존과 직결된다.
신협중앙회는 오는 3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할 새 회장이 ▲부실채권 신속 정리 ▲조합별 맞춤형 자본 지원 ▲내부통제 강화 등 구조적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선자는 다음 달부터 860개 조합과 670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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