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김성욱 기자] 국내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발벗고 나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실질 대출 금리는 인상하고 신규 대출 취급은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객의 대출 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책도 내걸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 축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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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조이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9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23%로, 전월(4.08%)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8월(+0.02%p)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7%로 전달(3.51%)에 비해 0.23%p 올랐고, 신용대출 금리(5.87%)도 0.22%p 오르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보합세를 보였으나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가산금리를 조정한 영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들은 상반기 중 가산금리를 제로(0) 수준에 가깝게 내린 바 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은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이후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해 각 은행은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 대부분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 이로 인해 대출금리 인상은 물론 일부 은행에서는 기존 대출상품 한도를 축소하고, 일부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신용대출 9종 상품의 차주별 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고,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대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한시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또 인터넷,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12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연말까지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31일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 제한’의 운영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몇몇 시중은행은 신규 대출 규제와 함께 이미 실행된 대출을 거둬들이는 대책도 내놨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은 11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 시 부과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준다. 이를 통해 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것은 수익과 고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크다”며 “대출 연간 목표치를 관리한다고 신규 대출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출 관리 차원에서 고객에게 갈아타라는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행의 이같은 가계대출 관리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30일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추가 규제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부동산시장 회복 등으로 주택대출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인해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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