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기술상용화' 총력...안동시 관건은 파트너십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친환경 소재 산업이 중장기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면서, 전력 저장·전기차 경량화·수소연료전지 부품을 둘러싼 소재 경쟁은 이미 글로벌 차원의 전장(戰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북 안동시가 ‘대마(hemp)’를 자동차 부품 소재로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산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감당하기엔 과감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글로벌 시장 흐름과 기술 트렌드를 놓고 보면 안동의 행보를 단순한 실험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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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 [사진=픽사베이] |
안동시는 지난 9월 2일 DYETEC연구원, 현대첨단소재㈜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부품 소재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단순 재배를 넘어선 전 주기 산업화다. 안동 대마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 기술 개발, 자동차 부품용 제품화 및 실증,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전문 인력 교류까지 포함됐다.
당시 권기창 안동시장은 “이번 협약이 대마섬유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친환경소재 산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게를 구축하고 농가의 소득 창출로 이어지는 지역 상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마를 ‘농산물’이 아닌 산업 원료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역 농업과 첨단 제조업을 연결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기존 지자체 산업 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사실 대마는 넘어야 할 과제가 분명한 소재다. 대마섬유는 가공 공정이 복잡하고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높다. 유럽 산업대마협회(EIHA)에 따르면 대마 짚 생산 비용은 톤당 최대 1400달러 수준으로, 아마나 황마보다 비싸다. 기술 축적 없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산업계에서는 안동의 시도가 “무모한 실험”이 아니라, 전기차·탈탄소 시대의 소재 전환기에 맞춘 선제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경량화와 탄소 저감이다. 배터리 탑재량이 늘어날수록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것이 곧 주행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소재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침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다음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 바로 대마섬유 기반 바이오 복합재다. 대마섬유는 높은 인장 강도와 내구성을 갖추면서도 가볍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평가받는다. 이미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도어 패널, 시트백, 대시보드 등 내장재에 대마섬유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마섬유는 금속을 대체하는 구조재가 아니라, 차량 경량화와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보완재로서 가치가 크다”며 “전기차 플랫폼이 보편화될수록 적용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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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최재홍 DYETEC연구원장, 권기창 안동시장, 정덕교 현대첨단소재 대표이사 [사진=안동시] |
시장 데이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대마섬유 시장 규모는 2024년 30억3000만 달러로 평가되며, 2025년 36억6000만 달러에서 2032년 164억3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 23.9%에 달하는 고성장 시장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4년 기준 전체 시장의 39.6%를 차지하며 최대 수요처로 자리 잡았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투자와 산업 육성이 본격화되고 있고, 유럽과 북미 역시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산업용 대마 활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대마섬유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마는 면화보다 훨씬 적은 물을 사용하고, 살충제·화학비료 의존도가 낮다. 헥타르당 8~15톤의 CO₂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탄소 격리 작물로 꼽힌다. 탈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대마는 ‘환경 친화적 원료’라는 명확한 포지션을 갖는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대마의 한계는 글로벌 산업이 함께 겪고 있는 성장통에 가깝다. 실제로 BASF 등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대마섬유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며 기술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 소재업계 관계자는 “알루미늄이 전기차 시대의 1차 수혜 소재였다면, 대마섬유 같은 바이오 복합재는 2차 파도”라며 “안동이 상용화 속도와 민간 협력을 유지한다면, 지역 산업 모델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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