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정말 화가 납니다. 호반건설이 벌떼 입찰로 알짜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은 뒤 그걸 두 아들 회사에 양도해 아들들을 번듯한 회사 사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013~2015년 사이에 벌어진 호반건설의 부당거래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글을 남겼다.
원 장관은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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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
원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양도받아 김상열 회장의 장·차남이 소유한 회사들에게 넘겨줘 1조3000억원대 아파트 분양 이익을 거뒀고, 이를 통해 편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이룬 점을 고려했을 때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608억원이 매우 적다는 주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10~2015년 경기도 화성 동탄·김포 한강·의정부 민락 등에 있는 공공택지 23곳의 매수자 지위를 창업자이자 총수인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두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양도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등 평균 34개의 계열사·협력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로 대규모 사업 기회를 따내 이를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줬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공공택지 공급 제도를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악용한 것이다”라며 “역대 세 번째 규모의 과징금 부과로 불법 전매를 통한 부당 지원에 대해 충분히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아들 회사가 넘겨 받은 23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분양매출은 5조8600억원, 분양이익 1조3600억원을 창출했다. 이에 이들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호반건설의 부당한 지원행위로 인해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 2세 회사들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를 통해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과 종합건설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
특히 장남 김대헌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기간 동안 호반건설의 규모를 넘어섰고, 지난 2018년 12월4일 호반건설에게 피합병될 당시 합병 비율을 1대5.89로 평가받았다. 당시 김대헌은 합병 후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셈이다.
공정위가 부과하기로 한 608억원의 과징금 가운데 공공택지 양도 행위에 대한 부분은 분양 이익의 2.6%에 해당하는 약 360억원이다. 나머지 과징금도 입찰 신청금 무상 대여, 프로젝트펀드(PF) 대출 지급 보증 수수료 미수취, 공공주택 시공 사업 기회 제공 등 다른 부당 지원·사익 편취 행위에 대해 부과됐다.
이처럼 택지 양도에 대한 과징금이 360억원에 불과한 것은 택지 양도를 통한 부당 지원금액이 얼마인지 특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김 회장의 두 아들 회사가 부지로 벌어들인 수익 1조3000억원 가운데 아버지 회사가 지원해 준 돈과 아들 회사들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번 돈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금액을 알 수 없을 경우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과징금 처분은 회사당 최대 20억원에 불과하다. 또 공정위가 벌떼 입찰을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에 맞춰 과징금을 산정했고, ‘벌떼 입찰’ 자체는 공정위 소관법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원희룡 장관은 “국토부는 먼저 해당시기 등록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하고 더 자세한 (호반건설의) 불법성 여부는 경찰과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현재 호반건설의 2019~2021년도 벌떼입찰 건도 국토부가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 “호반건설뿐 아니라 그동안 적발된 수 십개의 벌떼 입찰 건설사가 현재 경찰·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 등을 받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벌떼 입찰을 원천봉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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