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이필선 기자] 고려아연이 중간배당을 전격 중단하면서 최윤범 회장의 지난해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조원에 달하는 자기주식 매입으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회사가 스스로 발표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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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사전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점은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 공시 누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아연은 2023년부터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중장기 정책을 공표하고, 주주들에게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간배당을 건너뛰었다. 정관상 중간배당 가능 금액 산정 과정에서 자본총계가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 여파로 줄어들었고, 그 결과 배당가능이익 한도는 마이너스 2조원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합리화 및 투자 용도의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환입하는 안을 가결시켜 배당가능이익한도가 1조6000억원 추가로 늘어났다. 하지만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여전히 배당가능이익한도가 마이너스 4000억원인 상태라 중간배당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단순히 배당이 줄었다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은 공개매수자가 장래 계획을 밝히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재무구조, 배당정책 등 주요 변화 가능성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배당정책의 중요한 변화’는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반드시 공시 대상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이 주도한 자기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배당 여력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음은 분명히 예견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이 부분은 공개매수신고서 어디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자본시장법상 ‘허위 기재’ 또는 ‘중요사항의 기재 누락’에 해당할 소지가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매입은 단순한 재무전략이 아닌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영풍 및 MBK파트너스와의 지분 경쟁 속에서 최 회장은 회사 자산을 동원해 공개매수를 단행했고, 그 결과 주주들은 약속된 배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는 회사 자금이 ‘주주 환원’이 아닌 ‘CEO 개인의 지배권 강화’에 동원된 전형적인 사례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금융당국이 이 사안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공시 의무 위반 여부는 물론 경영권 방어를 위한 회사 자금 남용 여부까지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기에 유상증자 추진을 위한 실사도 병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태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은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압수수색했다.
영풍 및 MBK파트너스 측은 "유상증자 추진과 더불어,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한 배당정책 공시 누락은 투자자 보호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사안으로서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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