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줄면 소비도 줄어"…GDP·세수에도 타격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불법이민 단속이 다시 한번 노동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이민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인력 부족과 내수 둔화 그리고 세수 감소 등 구조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외신 및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보좌관 스티븐 밀러는 최근 미국 이민단속국(ICE)에 ‘하루 3000명 체포’ 목표를 공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 이후 첫 100일간 약 6만6천 명이 체포됐고, 이 중 6만5천 명이 추방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1기보다 훨씬 강경한 조치가 시행 중임을 시사한다.
ICE뿐만 아니라 국경세관보호국(CBP)도 남부 국경의 단속 수준을 대폭 상향했다. 2025년 5월 한 달 동안 CBP와 접촉한 이민자 수는 1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17만 명) 대비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에서 “모든 불법 체류자는 단속 대상”이라며 국경장벽 확대, 군 배치, 비시민권자 구금 확대 등을 공언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민자 유입 감소로 직결되며,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농업, 건설업, 레저·접객업 등 이민자 의존도가 높은 저임금 산업에서 인건비 상승 압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노동력 중 이민자 비중은 19.2%에 달하며, 이 중 다수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임금 직종보다 저임금 산업에서 평균 임금 상승률이 더 가팔라지고 있으며, 이는 불법이민자 추방에 따른 공급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는 신호라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이민자 비중이 30% 이상으로, 캘리포니아·텍사스 등지에서는 일용직 수급이 어려워 공사 지연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민자 감소가 단순한 노동력 축소를 넘어 소비 둔화, 세수 약화 등 전방위적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전문가들은 2024년 이민자 유입이 미국 실질 GDP를 약 0.1%포인트, 민간소비를 0.2%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불법 체류자라도 미국 경제에 일정 수준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기여하는 소득세는 전체 연방 세수의 약 2%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500억 달러 내외에 이르는 금액이다.
류진아 KB증권 연구원은 “불법 체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중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향후 합법 이민 전환을 고려할 때 납세 기록이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소비세, 부동산세 등 간접세까지 포함하면 불법이민자의 경제적 기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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