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상표권 수취액 50% 이상 증가 전망…사업기회유용 의심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인 HD현대가 지난해 신규 출원한 CI(기업이미지통합)를 계열사들에게 사용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사업기회유용으로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CI 변경이 외형적으로는 그룹 이미지 제고와 통일성 확보, 그룹 브랜드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주력 계열사들 자신이 향유해야 할 상표권 사용료 수익을 지주회사인 HD현대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기회유용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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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변경된 로고. [사진=현대중공업그룹] |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1월29일 신규 CI 출원에 관한 질의에 이어 지난 14일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오일뱅크 5개 계열사 이사회에 CI 변경을 결정한 이유와 그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질의서를 보냈다.
경제개혁연대가 제출한 질의서의 주요 내용은 ▲신규 CI의 공동소유 여부 ▲기존 CI를 포기했는지 여부 ▲사전 계열사들간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 ▲신규 CI를 사용할 경우 상표권 사용료 수취액 변동 등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지난해 12월4일 회신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 상표권(CI)의 경우 이미지 경쟁력과 그룹 이미지 연결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고, 현대오일뱅크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각기 다른 자체 CI를 채택하고 있어 통일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신규 CI 사용료를 심볼과 상호 부분으로 나누어 적용키로 했다. 새 CI 도입(안)은 HD현대가 새로 출원한 CI(심볼 부분)와 기존 CI(현대중공업 상호 부분)가 혼합된 형태다. 기존 CI 소유자는 새 CI 가운데 상호 부분에 관해 계속 그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그룹 측은 설명이다.
다만, 상표권 사용료율은 기존 0.2%에서 0.14%로 하향 조정하고, HD현대는 신규 CI 가운데 유일한 심볼 부분 소유권자로 0.05%의 사용료율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 CI의 가치를 심볼 부분과 상호 부분으로 나눈 뒤 각각 3대7(사용료율=0.06% : 0.14%)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각 계열사의 부담을 고려해 신규 CI의 사용료율은 0.19%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 각 계열사들은 지난해 12월 신규 CI 채택의 건을 이사회에서 모두 의결한 후 올해부터 새 CI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지주사인 HD현대를 제외한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신규 CI를 채택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사업기회유용을 의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신규 CI를 사용하면서 상표권 사용료 수취금액이 줄어들지만, 매출액 규모가 큰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표권 사용료 수취금액보다 HD현대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그룹 내 매출 비중이 큰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 2010년 계열사 편입 후에도 자체 브랜드를 사용했고, 자회사 등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한 만큼 신규 CI 채택으로 더 이상 상표권 사용료 수취를 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상표권 사용료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CI 교체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가 수취할 상표권 사용료 총액이 기존 181억원(2020년 기준)에서 약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HD현대가 수취할 상표권 사용료 수익은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HD현대가 신규 CI와 관련해 3년간 총 722억원의 비용(CI 디자인 개발 및 출원비용, Build-up 계획)을 집행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는 상표권 사용료 수취액 증가로 5년 내에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그룹 CI 변경만으로 HD현대가 향후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지나치게 높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중공업그룹의 CI 변경은 주력 계열사들 자신이 향유해야 할 상표권 사용료 수익을 지주사인 HD현대에 제공하는 것으로,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은 HD현대는 사업기회를 유용해 대주주 등에 좀더 많은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 측의 주장이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오일뱅크 5개사 이사회에 ▲이사회 개최 일시와 정확한 안건 명, 참석 이사 현황 ▲이사회가 CI 변경을 결정한 이유와 반대 이사 여부 ▲상법 제397조의2 각호의 해당성 검토 여부 및 별도의 안건으로 부의⋅표결했는지 여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유용 가능성 검토 여부 등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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