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학습이 쌓이지 않거나 정보 과부하 발생
최근 발달장애 연구의 중심 화두는 ‘시냅스 가소성 실패’라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발달장애를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이나 과잉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신경과학에서는 학습과 경험에 따라 뇌 연결이 조정되는 능력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이해하고 있다.
시냅스 가소성이란 자극을 받았을 때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며 정보의 중요도를 뇌가 결정하는 과정이다. 정상적인 경우 반복되는 경험은 시냅스를 안정화시키고 불필요한 연결은 제거되지만, 이 과정이 실패하면 학습이 쌓이지 않거나 정보 과부하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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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 원장 |
전문가들은 시냅스 가소성 실패가 세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새로운 시냅스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경우로, 학습 능력 자체가 제한된다. 둘째는 시냅스가 만들어지더라도 유지되지 못해 배운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상태다. 셋째는 불필요한 시냅스가 제거되지 않아 신경회로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다. 이 세 가지가 어떤 비율로 결합되느냐에 따라 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의 임상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 최신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ADHD는 시냅스 가소성 자체는 비교적 정상이나 조절 타이밍이 어긋난 상태로 이해된다. 전전두엽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신호가 약해지면서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시냅스 강화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 주의가 쉽게 분산되고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지만, 학습 잠재력 자체는 유지되어 환경 조절이나 약물, 훈련 개입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ADHD를 ‘가소성의 조율 실패’로 정의하며, 적절한 신경전달물질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기능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 원장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시냅스 수는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가 핵심이다. 흥분성 글루타메이트 신호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억제성 GABA 기능이 약해지면서 신경회로의 흥분과 억제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이로 인해 초기 발달 단계에서 시냅스가 과도하게 형성되고, 이후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하는 가지치기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감각 과민, 반복 행동, 사회적 정보 처리의 어려움은 이러한 과잉 연결과 억제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폐를 ‘가소성 과잉과 정제 실패’로 보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는 ADHD나 자폐와 달리 시냅스를 만들고 강화하는 능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로 분류된다. 글루타메이트와 아세틸콜린 신호 전달 효율이 낮고, BDNF나 CREB 같은 가소성 관련 분자 경로가 전반적으로 저활성 상태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새로운 학습에 필요한 신경 연결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고, 반복 학습에도 시냅스 안정화가 약하게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지적장애를 ‘가소성 용량의 제한’으로 규정하며, 치료 목표 역시 정상화보다는 기능 최적화에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는 모두 발달장애라는 범주에 포함되지만, 신경전달물질과 시냅스 가소성의 문제 양상은 분명히 다르다. ADHD는 조율의 문제, 자폐는 정제의 문제, 지적장애는 형성의 문제라는 한 문장 요약은 최근 임상과 연구 현장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설재현 원장은 “발달장애 치료의 핵심이 증상 억제가 아니라 뇌 가소성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한약처방의 방향도 ADHD는 시냅스 강화를 자폐스펙트럼은 시냅스 정리를 지적장애는 시냅스 능력향상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여야 하며, 신경훈련, 환경 개입 역시 각 장애 특성에 맞게 정밀하게 조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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