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억하는 시간 [HBN뉴스 = 이정우 기자] 어느덧 5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가정의 달 5월은 우리에게 사랑과 감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기렸으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비와 나눔의 가치를 다시 마음에 새겼다. 전국의 사찰마다 밝혀졌던 연등은 밤하늘을 수놓으며 중생의 평안과 세상의 안녕을 기원했고, 불자들의 두 손 모은 정성은 부처님의 자비광명 속에 하나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은 어느새 또 다른 의미의 달을 향해 가고 있다. 자고 나면 찾아올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은 단순히 달력 위의 한 달이 아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억하는 시간이며, 자유와 평화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되새기는 경건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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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의 평범한 일상 뒤에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가장 먼저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았던 젊은 군인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가족과 삶을 잃었던 민간인들,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낯선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한 수많은 참전용사들까지.
그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도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묘심 종정이 천일기도를 시작한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종정 스님은 오랜 수행의 세월 속에서 늘 같은 물음을 품어왔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그들을 충분히 기억하고 있는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 전쟁 속에서 억울하게 생을 마친 수많은 넋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전쟁과 폭력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을...
묘심 종정에게 천일기도는 단순한 불교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져야 할 도리이며,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감사와 참회의 마음이다.
묘심 종정은 “전쟁터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병사도, 삶의 터전을 잃고 유명을 달리한 피란민도, 전쟁의 참화 속에 희생된 어린 생명도 모두 우리의 인연이며 결코 남이 아니다”라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비가 시작되고, 그 자비가 모여 평화의 씨앗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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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6.25당시 아이를 업고 피난 길에 나선 피난민이 UN군을 보며 절박한 모습으로 무엇인가 하소연하는 모습 [출처/국가기록원] |
이어 “먼저 떠난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는 일은 죽은 자만을 위한 의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수행”이라며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곧 미래를 지키는 길이며, 천일기도 또한 그러한 마음을 모으기 위한 발원”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부처님의 자비는 국경을 묻지 않는다. 민족도, 종교도, 이념도 넘어선다. 묘심 종정의 한반도 평화 위령탑 발원이 특별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이 기도는 특정 종단만의 불사가 아니다. 또한 불자들만의 기도도 아니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시대의 서원이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담은 공동체적 발원이다.
종정 스님은 자주 말씀하신다. "기도는 혼자 시작할 수 있어도, 그 뜻은 함께해야 완성된다." 천일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천년의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누군가 긴 시간을 견뎌야 하고, 누군가 끝까지 두 손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한 사람의 힘 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넋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천일기도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라 시대를 치유하는 기도가 될 수 있다.
'법구경'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원한은 원한으로 갚아지지 않는다. 오직 자비로써만 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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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묘심종정 |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다르다. 미움을 거두고 자비를 품으라고 말한다. 증오를 내려놓고 화해를 선택하라고 가르친다. 묘심 종정이 천일기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전쟁을 잊자는 것이 아니다. 희생을 지우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기억하되, 그 기억이 증오가 아니라 평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6월은 더욱 특별하다고 묘심 종정은 강조한다.
다가올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들의 희생 앞에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 연등 하나를 밝히는 마음으로, 짧은 묵념 하나를 올리는 마음으로, 하루 한 번 평화를 생각하는 마음으로도 충분하다.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서원이 되고, 작은 기도가 모여 시대의 울림이 된다. 묘심 종정이 시작한 천일의 발원도 그렇게 완성될 것으로 한 사람의 기도가 만 사람의 기도가 되고, 만 사람의 기도가 한 시대의 서원이 되어, 마침내 한반도 평화 위령탑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양심과 기억, 그리고 희망의 상징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이 5월의 끝자락에서, 그리고 호국보훈의 달 6월의 문턱에서, 부처님의 자비를 가슴에 품은 모든 이들이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나라와 평화를 위해 두 손을 모으기를 바란다.
그것이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예의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이고,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가장 소중한 유산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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