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매각·유상증자 논란…상법 개정의 시험대 되나?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0 10: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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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중심 의사결정과 소액주주 권익 침해 문제 대두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재계 안팎에서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사례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여전히 만연한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과 소액주주 권익 침해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을 포함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사례라는 진단이다. 

 

  롯데렌탈

 

◆ 대주주만 배불리는 M&A 구조의 문제점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일반주주 소외 문제가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상법 개정 추진에 첫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난 2월 대주주인 호텔롯데가 보유한 지분 56.17%를 어피니티파트너스에 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하면서, 당시 시장가(2만9400원)의 2.6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1조원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보했다.

이와 동시에 롯데렌탈 이사회는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주당 2만9180원에 726만여 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는데, 이는 회사 순자산가치의 70%(PBR 0.7배)에 불과한 저평가된 가격이었다.

이러한 거래 구조는 대주주에게는 고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하고, 인수자에게는 저가의 신주 인수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일반주주들은 지분 희석으로 인한 가치 하락만 감수해야 하는 불공정한 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상법 개정과 이사회 주주 충실의무의 충돌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자본시장 활성화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으로, 이는 이사가 회사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 일부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사례는 이러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상법 개정이 이루어진 후에 롯데렌탈 이사회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면, 이는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렌탈의 재무구조가 부채비율 약 366%로 업계 최저수준이며 45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주장하는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자본조달'이라는 명분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법적 문제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제3자에게 배정하는 증자방식으로, 본래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외자유치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롯데렌탈의 사례에서는 이러한 경영상 목적보다는 대주주의 매각가를 극대화하고 인수자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제3자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한계기업의 시장퇴출 회피수단이나 편법 자금조달, 머니게임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롯데렌탈의 경우, 유상증자 자금 중 900억원만이 회사채 조기상환에 사용되고 나머지 1219억원은 신사업 확대에 쓰일 예정이라는 점에서, 회사채 상환 압박 대응이라는 명분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의 충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경제 행보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하여 자본시장 활성화와 불공정거래 근절을 약속했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주식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부당이익 과징금 환수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롯데렌탈의 유상증자 사례는 이러한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로, 특히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이르면 다음 달 결과가 나올 예정인 가운데, 이 심사 결과와 이후 유상증자 진행 여부는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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