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용적률·주거비율 등 서울시 입찰지침 다수 위반 ‘논란’
[하비엔뉴스 = 조정현 기자]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남영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조합’이 최근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다. 용산구에서도 ‘노른자 부지’로 꼽히는 이 구역은 삼성물산과 HD현대산업개발이 수주전을 벌인다.
한데 삼성물산이 서울시 입찰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건설경기의 불황 속에서 욕심을 부린 삼성물산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앞서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철퇴를 내린 ‘압구정3구역 사태’가 또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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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제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계획도. [사진=서울시] |
28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남영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남영2구역은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1호선 남영역 사이 1만7658.8㎡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이곳에 지하 6층~최고 34층 3개 동 565가구 아파트와 80실의 오피스텔, 복합청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7000억원 규모다.
이 구역은 특히 더블역세권 입지에 용산공원과 주미대사관 이전 예정지가 200m 거리 내에 위치해 ‘노른자’로 꼽힌다.
문제는 당초 대형건설사들의 경쟁입찰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내놓은 대안설계 입찰지침서가 서울시 입찰지침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우선 설계의 기본인 용적률부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기준을 어겼다.
삼성물산은 입찰제안서에서 건축 설계계획 내 실사용 대지를 1만4965㎡, 공급면적은 7만6966㎡으로 봤다. 따라서 공급면적을 실사용 대지로 나눈 용적률은 514%가 된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한 남영2구역 용적률 기준은 477%로, 이를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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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한 남영2구역 용적률과 주거·비주거 비율. [자료=조합원] |
삼성물산은 또 주거비율도 임의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남영2구역에 대해 주거비율 57.5%, 비주거비율 42.5%로 제시한 반면 삼성물산의 주거비율은 59.9%에 달한다. 특히 주거비율 상향은 인허가권자인 용산구청에서도 공문을 통해 “상업지역 내 주거 비율 상향은 도시계획위원회 완화가 필요한 중대한 변경사항이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삼성물산의 파행은 비단 이뿐 아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계획된 오피스텔도 임의로 삭제했다.
이에 조합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설계지침 위반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입찰안내서를 통해 “건축물의 건폐율·용적률·최고 높이의 확대·정비구역 면적의 증가 및 정비기반시설의 변경은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삼성물산은 서울시나 용산구청의 사전 지침 내용을 모르고 있었을까.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나몰라’식 입찰지침서는 결국 제2의 ‘압구정3구역 사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1월 희림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최대 용적률 위반(300→360%) 사안과 관련해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압구정3구역을 통해 입찰지침 이행 여부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산구와 조합은 주거비율 등에 대해 사전 고지했지만, 삼성물산은 이를 어겼다”며 “이처럼 규정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삼성물산이 남영2구역에 사업 진정성을 갖고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현재 남영2구역 외에 서울 방배7구역 및 방배15구역 재건축 사업과 한남4구역,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에도 시공사 입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파행이 향후 수주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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