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없는 딜레마?...'김이태 삼성카드'호 '모니모' 전략서 엇박자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8 11: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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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저 조달비용률 1.9%...재무 리스크 관리 능력 입증
'원 앱' 드라이브 속 이중 접속 피로감, 사용자 반발 확산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카드가 업계 최저 수준의 조달비용률을 기록하며 김이태 신임 사장의 장기인 ‘재무 리스크 관리’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실 경영’ 성과와 달리, 김 사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통합 플랫폼 ‘모니모’ 전략에서는 기존 앱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무리한 이관 정책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1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도 업계 최저 수준인 1.9%의 조달비용률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비용 방어력을 과시했다. 이는 업계 평균(2.5%)과 주요 경쟁사(2.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레버리지 배율 역시 3.6배로 업계 평균(5.9배)보다 현저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 

 

삼성카드 김이태 사장(오른쪽)이 스타벅스 코리아 손정현 대표와 업무협약을 맺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삼성카드]

 

이러한 성과는 김이태 사장의 ‘정통 금융맨’ 이력에서 기인한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와 국제금융과장 등을 역임한 김 사장은 국내 관료 출신 최초로 IMF 고위직(자문관)에 발탁됐던 국제금융 전문가다. 2016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에도 IR 담당 임원, 전략그룹장, 대외협력팀장 등을 거치며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쌓았다.

특히 취임 직전까지 운용자산(AUM) 3조5000억 원 규모의 국내 1위 CVC인 삼성벤처투자를 이끌며 반도체·바이오 등 신산업 생태계를 주도한 경험은 김 사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삼성카드가 보수적인 자금 운용 기조 속에서도 대규모 디지털 전환(DX)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과 전략적 시야를 동시에 확보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 재무는 합격, 앱 전략은 낙제?

문제는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 상황과 달리, 대고객 서비스 접점인 디지털 전략에서는 사용자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이태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모니모 담당 조직을 ‘모니모본부’로 격상시키고, 기존 삼성카드 앱의 핵심 기능인 즉시결제와 분할납부 등을 모니모로 선제 이관하는 강수를 뒀다. 아직 기존 앱(월간 활성 사용자 710만 명)이 정상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능을 이용하려면 “모니모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안내와 함께 앱 이동을 강요받는 식이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재무 관리는 철저하면서 왜 고객 편의 관리는 구멍이냐”“카드 내역 하나 보는데 앱을 두 개나 거쳐야 하는 비효율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증된 안정성을 가진 기존 앱 대신, 상대적으로 오류가 잦고 무거운 통합 앱으로의 ‘강제 이주’를 유도하는 방식이 소비자의 피로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이태 사장이 주도하는 모니모 중심의 ‘원 앱(One App)’ 전략이 재무적 성과 달성을 위한 ‘공급자 중심 사고’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삼성카드의 낮은 조달비용률이 보여주듯 김 사장의 관리 역량은 뛰어나지만, 이 효율성 추구가 고객 경험(UX) 영역에까지 기계적으로 적용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시너지와 플랫폼 MAU(월간 활성 사용자) 증대라는 수치적 목표를 위해 당장 고객이 겪는 ‘이중 접속’의 불편함은 후순위로 밀려난 모양새다.

 

◆ 은행 없는 삼성금융, 슈퍼앱 생존 위한 ‘배수의 진’?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이러한 고객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모니모'로의 이관을 밀어붙이는 배경에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생존 전략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KB금융, 신한금융 등 경쟁사들이 은행을 중심으로 강력한 ‘슈퍼앱’ 공생 관계를 구축한 것과 달리, 은행이 없는 삼성금융으로서는 고객을 하나의 플랫폼에 묶어둘 ‘록인(Lock-in) 효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카드 결제 데이터뿐만 아니라 생명·화재의 보험 정보와 증권의 투자 데이터를 결합한 ‘통합 마이데이터’ 비즈니스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개별 앱의 편의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모니모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KB국민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모니모 전용 파킹통장을 출시한 점은 이러한 행보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이중 접속’에 따른 사용자 이탈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데이터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니모를 삼성금융의 대표 채널로 육성하는 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일 수 있다”고 귀뜸했다.

HBN뉴스는 삼성카드에 수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삼성카드 측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카드는 “기존 삼성카드 앱을 당장 종료할 계획은 없다”며 “고객들이 모니모 환경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병행 운영하며 연착륙을 유도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선보인 ‘NEW 모니모’를 통해 사용자 개인별 맞춤형 화면을 제공하고, 앱 내에서 모든 기능을 완결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UX(사용자 경험)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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