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AI 시대 전력망 확충 불가피"…주민·환경단체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우선"
[HBN뉴스 = 이수준 기자] 신 임실 개폐소와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찬반 의견을 듣기 위한 공론화의 장이 열렸다.
임실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오후 임실 축협에서 '임실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백지화 대책 공론화 대전환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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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군의회 김정흠 의원이 좌장으로 진행한 간담회에는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 by ⓒHBN뉴스 이수준 기자 |
이날 간담회에는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으며, 국민의례와 내빈소개를 시작으로 신대용 상임대표의 인사말, 이종우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 차장과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의 기조발제, 김정흠 임실군 의원을 좌장으로 한 토론회, 방청석 질의응답 순으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회는 김종수 임실군의회 부의장이 맡았으며, 김 부의장은 토론 패널로도 참여해 주민 의견을 제시했다.
신대용 상임대표는 "이번 간담회는 찬반을 가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임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공론의 장"이라며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전력 체계가 장거리 송전선로 갈등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농촌과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이종우 차장은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가 전력망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에 따라 전국 99개 송전·변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신 임실 개폐소 역시 호남권 전력계통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핵심 거점이라고 밝혔다. 또 입지 선정위원회 운영과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며 환경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신 임실 개폐소는 단순한 지역 시설이 아니라 국가 송전망의 중심축이라며, 개폐소가 들어서면 이를 중심으로 초고압 송전선로가 연결되는 만큼 임실뿐 아니라 호남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거리 송전 중심의 전력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전력체계로 전환해야 하며, 입지 선정 과정의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 확대, 건강권과 재산권을 고려한 실질적인 보상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국가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과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좌장을 맡은 김정흠 임실군 의원은 "국가사업이라고 해서 주민들이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와 주민 참여 역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완욱 임실군 송전선로 백지화 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신 임실 개폐소 문제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주민의 생존권과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이 걸린 문제"라며 입지 선정위원회의 대표성과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김종수 임실군의회 부의장은 "국가 기반시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한전이 계획을 확정한 뒤 주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 초기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중현 재생에너지 특구 지정 추진위원장은 "에너지 고속도로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국가 기반시설"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송전망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사업일수록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와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석한 민정희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 부장은 주민들의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주민이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청석 질의응답에서는 전자파에 따른 건강권 문제와 재산권 침해, 귀농·귀촌 감소, 인구소멸 우려, 삶의 질 저하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주민들은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기에 앞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보상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한전은 국제 기준에 따라 전자파를 관리하고 있으며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전력망이 필요하다면 사업을 일방적이고 짬짬이식으로 추진하기보다 처음부터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되면서 결국은 이미 정해진 계획을 밀어붙이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는 국가 전력망 확충이라는 공익성과 주민의 건강권·환경권·재산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찬반 양측은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사업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과 정보 공개, 실질적인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향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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