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초비상, 지난달 원화 실질가치 금융위기·IMF 때와 유사

이필선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4 08: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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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실효환율, 뉴질랜드 이어 하락폭 세계 2위
이달들어 원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약세

[HBN뉴스 = 이필선 기자] 지난달 원화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추락하고 IMF외환위기 사태 때와도 별론 높지 않는 등 원·달러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한 달 전에 비해 1.44포인트p나 하락한 상태다. 간단히 말해 국제 교역에서 원화 구매력, 즉 원화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원화와 달러, [사진=연합뉴스]

 

실질실효환율이란 한 나라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다.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인데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올해 10월 말 기준 89.09는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무려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외환위기를 겪던 시점인 1998년 11월 말 86.63과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 최저 68.1, 금융위기 당시 최저 78.7까지 떨어진 적 있다. 근래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 중반대를 맴돌았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수치가 낮았다. 한국의 10월 한 달간 실질실효환율 하락 폭(-1.44p)은 뉴질랜드(-1.54p)에 이어 6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이달 들어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약세를 나타냈다. 21일 종가 기준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3.29% 떨어져(환율 상승)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확장재정 기대감으로 약세를 보인 일본 엔화(-2.11%)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 같은 기간 유로(0.1%), 파운드(0.54%)는 달러 대비 강세였다.

 

동남아 신흥국 통화인 말레이시아 링깃(0.75%) 역시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고, 태국 바트(-0.11%)·필리핀 페소(-0.44%)는 약세였지만 원화보다 낙폭이 훨씬 작았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뚫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환율은 지난 21일 주간 거래 장중 1476.0원까지 치솟아 미국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9일(1,487.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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