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노이슬 기자] "수상 소감을 멋지게 하자 생각하고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혼' 하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저한텐 남다른 상이었다."
고양이 눈매. 깍쟁이 아가씨 같은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도시의 여자'를 떠오르게 하는 배우 공승연. 그의 신작 <혼자 사는 사람들>은 '차도녀'의 이미지가 완벽하게 담겼다. 2021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에, 수상까지 배우 공승연은 자신과 정말 '찰떡'인 캐릭터 옷을 입고 데뷔 10년차를 뜻깊게 보내고 있다.
공승연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9일 개봉 이후 6일만에 8만 관객을 돌파하며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 '홀로족' '혼족' 등의 신조어가 일반화된 지금,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며 '홀로족'의 이슈를 심도있게 다뤘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 주연배우 공승연은 배우상을 수상했고,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까지 2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공승연은 "영화를 해본 적도 없고, 혼자 주연으로 끌고 간 적도 없었는데 감독님께서 용기주신 덕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승연이 분한 유진아는 카드회사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업무 시간을 제외,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보고 있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다. 출퇴근 길 흔한 직장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줄곧 밝은 캐릭터를 연기해 온 공승연에겐 부담이 됐다.
"그동안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섬세함을 요하는 것 같아서 걱정했다. 영화는 순차적으로 찍지 않는다. 감정 연결선에 맞추기가 힘들었다. 감정이 과하고 터지면 오히려 맞추기 좋았을텐데, 또 진아랑 저랑 많은 교집합이 없어서 이해하고 연기하기 힘들었다."
첫 주연을 맡은 부담감에 더해,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까지. 공승연은 첫 촬영까지 많은 준비를 거쳤다. 홍 감독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을 뿐더러, 직접 만든 설문지로 캐릭터를 채워나갔다.
"감독님 만나기 전에 질문지를 만들어서 갔다. 진아의 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진아과 세상과 단절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부모님은 이혼했고, 어머니의 임종은 이혼하신 아버지가 지켰다. 엄마와 마지막 인사도 못했고, 엄마 휴대전화를 쓰는 아빠가 신경쓰이는 인물이다. 또 일적인 부분에서는 신입인 수진(정다은)이의 모습이 옛날 사회 초년생 시절 진아의 모습이라고. 그렇게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갔다."
캐릭터를 위해 옷 또한 신경을 썼다. 무채색 위주의 비슷한 옷만 입고, 똑같은 가방을 계속 사용했다. "진아는 비슷한 옷과 신발, 가방을 사용한다. 남의 시선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니. 무채색 위주로 많이 준비했다.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옷을 그 자리에서 벗겨서 입기도 했다."
공승연의 노력이 빛을 발해, 관객들도, 관계자들도 알아봤다. 그 결과 배우 10년차 공승연은 2021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했다.
"그때의 그 감정이 떠오른다. 수상 소감을 멋지게 하자 생각하고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혼' 하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저한텐 남다른 상이었다. 배우로서 연기로 받은 상은 처음이었다. 뉴스타상, 아이콘 상 같은 것들만 받았었다. 후보에도 오른 적도 있어서 그때마다 수상소감도 준비했었다. 이번에도 준비하긴 했는데 처음으로 입밖에 꺼내니까 감격스럽고 무게도 느껴졌다. 수상소감도 더 좋은 말 하고 싶었는데 블랙아웃와서 아쉽다. 조금더 연기하는데 원동력이 된 기분이다."
못 다한 수상 소감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자 공승연은 "감독님께는 너무 감사드린다. 첫 장편인데 믿음을 주셨다. 영화 촬영 내내 우리 감독님이 잘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걸로 좋은 일이 많길 바랐다. 개봉 전까지 오래 걸려서, 내가 소질이 없구나 아쉬웠다. 배우상의 영광을 감독님께 돌리고 싶다. 덕분에 새로운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공승연은 홍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영리하고 똑똑하시다. 감독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이런 감독님도 있구나', '배우를 편하게 해주고 옆집 친구처럼 잘 해주시는 분도 있구나 생각했다. 정말 사소한 것을 물어봐도 답해주셨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연기가 한정이 아니라 경험을 빗대서 얘기해주기도 하고 감독님이랑 더 끈끈해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노력 끝에 완성했지만, 아쉬운 장면은 남기 마련이다. 공승연은 "이 영화 때문에 담배를 한달 정도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정말 힘들더라. 촬영할 때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좀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흡연 장소에서 사람들 만나면 이야기도 나누고 개인적인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흡연장소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 같다. 현실감 없게 장초를 끄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디테일하지 못했던 것 같다(웃음)."
"첫 촬영부터 마지막 감정을 잡아내야 했다. 아버지 집이 첫 촬영이었다. 그 이후로는 제 집 촬영이었다. 아버지 홈캠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아버지 집을 찾아가는 씬을 찾았다. 마지막에 감정이라 많이 부담스러웠다. 첫 촬영 트라우마가 있다.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영화 끝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15회차 촬영이었는데 나름 선방하긴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는 진아와 성향이 다른 또 다른 '홀로족'이 있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수진과 옆집에서 고독사가 일어난 후, 그 집으로 이사 온 성훈(서현우)이다. "나는 성훈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공감이 간다. 오지라퍼 스타일이다. 그 장면을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한다. 모르는 사람(고독사한 사람)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서 보내는 것 자체가 쉬운 인을 아닌데 해낸다. 나도 일부러 사람을 모아서 뭔가 하려고 앞장서는 타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낼 때 먼저 나서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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