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노이슬 기자] 지하 500m 아래로 집이 꺼져버린 초대형 재난 상황인데도 유쾌하다. 차승원과 김성균은 진지한 상황 속 특유의 유머로 관객을 웃기고 애틋한 부성애로 울리기도 한다. <싱크홀>은 이전에 본적 없는 유쾌함이 더해진 신개념 재난 버스터다.
2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더타워픽쳐스)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상황을 그려냈다.
영화의 시작은 동원(김성균) 가족의 이사다. 동원은 11년만에 내집 마련과 함께 지방에서 서울에 첫 입성했다. 비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된다며 청운빌라 입주민들은 동원의 가족을 반겼다. 하지만 만수(차승원)와는 주차 문제로 충돌하며 처음부터 삐걱댔다. 이사온 지 2주차에 동원은 회사 후배들을 불러 집들이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갑자기 집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붕괴되면서 지하 500m 아래로 건물 통째로 추락했다. 어렵게 생존해 만난 동원, 만수, 김대리(이광수), 은주(김혜준)은 의기투합해 탈출을 고군분투한다.
싱크홀이라는 재난 상황은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게 사실이다. 김 감독은 우리에겐 낯선 싱크홀 재난 상황을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차승원 말처럼 정말 '돈 들인 티'가 팍팍난다. 그렇다고 어색한 CG나 연출인 것은 아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이해를 도우며 싱크홀 속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싱크홀>은 재난상황이 벌어지기 전 전조현상도 유쾌하게 담아냈다. 집안에서 한쪽으로 구슬이 굴러가고, 사고 며칠 전 지반이나 건물이 쫙쫙 갈라지고, 물이 단수되는 등의 모습을 비춘다. 하지만 하자보수 과정이 복잡해 결국 무고한 인명피해를 유별시킴을 지적한다.
앞서 김 감독은 "차승원이 빅픽처였다"고 한 바. 어떤 작품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는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했다. 쓰리잡을 뛰며 생계에 힘쓰는 차승원은 초반엔 뻔뻔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하지만 본격 재난 속 헬스로 다져진 근육으로 구출에 힘쓰고, 그 와중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아들을 향한 부성애도 빛난다. 그야말로 '차승원이 차승원했다'는 말이 딱이다. 특히 차승원의 희생정신이 빛난 침수씬은 <부산행> 공유의 마지막 순간을 떠 오르게 하는 정도의 파급력을 발휘한다. 예능 속 요리천재 '차줌마'도 깜짝 등장해 즐거움을 안긴다.
김성균은 차승원과 초반 티격태격 케미로 웃음을 선사한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써 김성균은 애끓는 부성애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오랜만에 극장에 얼굴을 내비친 배우 이광수는 반갑다. 짠내폭발 김대리는 성장형 캐릭터로 그려지며 변화를 주목케한다. 김혜준과 남다름은 스마트한 면모를 과시한다. 동원의 회사 인턴인 은주는 위기의 순간, 기지를 발휘한다. 김혜준은 <싱크홀>의 홍일점임에도 불구하고 에이스로 대활약한다. 남다름은 차승원과 부자 호흡을 선보였다. 말수가 적은 반항아 느낌이지만, 그간 유튜브 시청을 통해 배운 재난시 대처 수칙을 떠올리며 생존의지를 불태운다.
감독은 재난 상황 속 인물에 집중하며 따뜻한 인류애를 그려냈다. 재난 상황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희망적인 인간군상이 존재한다. 특히 소외된 이들이나 약자들의 희생이 감동을 안기는 것은 재난 영화의 클래식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등장하는 정영숙은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싱크홀>은 11년만에 어렵게 내집마련에 성공한 동원, 원룸에서 살기 때문에 미래가 어두워 고백조차 못하는 김대리, 원룸보다는 빨리 정직원이 되고 싶은 인턴 은주, 쓰리잡을 뛰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만수의 모습을 통해 서민의 애환도 그려냈다. 그러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 속 한 순간에 사라진 집의 존재보다 옆에 함께하는 가족,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동시에 모두 '함께' 사는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며 코로나19 재난상황 속 지친 이들에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힐링을 전한다.
<싱크홀은>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해외 영화제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러닝타임은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로 온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볼 수 있다. 개봉은 8월 11일이다.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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