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엄궁1구역, 조합원의 희생 위에 세워진 '불공정 계약'

이필선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3 21: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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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계약의 민낯, 조합원 부담 가중과 미분양 책임 전가
비상대책위원회의 강력한 반발과 법적 대응

[하비엔뉴스 = 이필선 기자]  부산 사상구 엄궁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조합원의 희생 위에 시공사에게 만 전적으로 유리한 계약이 아니냐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불만이 터져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비대위는 '조합장 해임과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임시총회발의자) 권수선 씨는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권익을 외면한 채, 시공사와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조합원들에게는 불합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54명의 조합원 일동은 계약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부산 엄궁1구역에 조합과 시공사인 A사 간의 계약서에 포함된 조항을  비대위는 해당 계약이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집회에 나섰다.   [제공/부산 엄궁1구역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이 조합원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과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부산 엄궁1구역에 문제의 핵심은 조합과 시공사인 A사 간의 계약서에 포함된 조항들이다. 비대위는 이 계약이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첫번째로, 과도한 분담금 문제다. 공사비 증액이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된다. 원래 예상했던 비용보다 훨씬 높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분담금 증가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있어 불공정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로 미분양에 대한 책임 전가다. 재개발 사업은 분양 성과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는데, 이번 계약에서는 일반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손실을 조합원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시공사의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불공정한 구조로, 재개발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는 조합 집행부가 이러한 불공정 계약을 조합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조합장 및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사상구청 앞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계약 철회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어 비대위는 “이 계약은 조합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조합원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계약의 철회와 시공사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해당 계약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미 다수의 조합장이 법적 심판대에 오른 전례가 있으며, 이번 사태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재개발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과거 유사한 사례를 보면, 조합장이 시공사와 유착해 조합원의 권익을 침해한 경우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전 조합장은 해당 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만약 공무원이 이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을 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직무유기’ 혹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법상 뇌물수수죄가 적용될 경우,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공공사업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공무원의 역할은 공정한 행정 집행에 있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사업자의 편을 들거나 특정 집단과 유착하여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엄궁1구역 사태는 단순한 지역 내 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재개발 사업이 특정 세력의 이익 창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대위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째, 조합원들의 계약서 검토 권한을 강화하고 독소조항을 사전에 차단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시공사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대위와 같은 감시 기구의 역할을 강화하여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건설사와 조합장만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들이다. 

 

이번 엄궁1구역 사태가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재개발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조합원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재개발의 본래 목적이 실현될 것이다. 재개발 사업이 ‘소수의 이익’이 아닌 ‘다수의 주거 복지’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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