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최대 피해자는 조합…단독 입찰로 파격 조건 ‘전무’
취임 1년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부활’ 위한 힘 실어주기 총력
[하비엔=윤대헌 기자] 삼성물산이 ‘수의계약 전문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단독입찰이 여의치 않은 사업지에는 아예 입찰에 나서지 않은 까닭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삼성물산이 경쟁사의 입찰자격 박탈을 유도하는 등의 의혹을 받아 공정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쇄신’과 더불어 ‘클린 수주’ ‘공정 경영’ 등을 내세웠던 삼성물산이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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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년간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지 총 6곳을 단독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공사비만 무려 1조6000억여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의 이같은 사업 수완에는 ‘불법’과 ‘편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단독응찰을 위해 경쟁사의 입찰의지를 꺾거나, 조합 측과 유착관계 등 수 많은 잡음과 의혹이 뒤따랐다.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에서 주민과 경쟁사 직원 등을 불법으로 미행하는 이른바 ‘불법 사찰’을 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위해 타사 소속 OS요원(외주홍보대행)을 동원해 경쟁사의 홍보활동을 미행, 사찰하게 하고 이를 불법 홍보활동이라며 주민대표회의에 제보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대외적으로 OS요원 없이 클린수주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뒤로는 타사 소속으로 사람을 뽑아 불법활동에 동원시키고 있다”며 “이는 삼성물산이 시행 주체인 SH와 수의계약을 염두해 단독응찰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의 단독응찰은 사실상 조합원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경쟁 업체가 없다 보니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을 상대로 굳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지의 경우 더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관련 기술력이 타사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똑같은 ‘래미안’ 브랜드라도 재개발이나 재건축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삼성물산 출신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과거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리모델링 사업을 포기했었다”며 “하지만 얼마 전부터 사업을 재개한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보다 실적 때문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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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사진=삼성물산] |
삼성물산은 건설과 주택으로 이분화됐던 지난 2001년 주택부문 수장이었던 이상대 대표가 재개발·재건축에 이어 리츠와 리모델링을 부문을 3대 핵심사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리모델링 기술력에 대한 한계와 래미안 브랜드 가치에 걸맞지 않은 리모델링 상품성으로 인해 재개발·재건축에 주력할 것을 지시해 3년여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삼성물산은 그러나 현재 사업 재개에 활발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서울 고덕아남과 금호 벽산아파트를 잇따라 수주하며 리모델링 사업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실적 부진으로 CEO 취임 1년 만에 경질설이 나돌았던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리모델링 사업은 특히 재건축·재개발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손쉽게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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