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존 능력 키우고 리스크관리 시스템 갖춰야”
[하비엔뉴스 = 김성욱 기자] 은행계 금융회사들이 모기업인 은행을 믿고 고위험 사업을 확대해 신용도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금융사들은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14일 ‘은행계 금융회사는 보수적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계가 유독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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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계 금융회사들이 모은행을 믿고 부동산금융 등 고위험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성욱 기자] |
나신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이 상향조정된 기업은 4개사인 반면 하향조정된 기업은 18개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향조정 4개사, 하향조정 7개사에 비해 하향조정된 금융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중에는 최근 10년간 하향조정 사례가 거의 없었던 은행계 금융회사 4개사가 포함됐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사업 단계적 폐지에 따라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하향됐다. 또 하나증권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KB부동산신탁이 A2+에서 A2로, KB저축은행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각각 하향조정됐다.
이 본부장은 “(씨티은행을 제외한) 3개사는 모두 부동산금융 투자실패로 2023년 대규모 적자전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 ▲부동산금융 사업비중이 높아 모니터링을 강화한 자기자본 1조~4조원 규모 대형 증권사 5개사 가운데 3개사 ▲6월 말 기준 연체율 2%가 넘는 카드사 3개사 ▲대손준비금 반영 조정이익 기준 순손실 규모가 가장 큰 캐피탈사 ▲7개 은행계 저축은행 가운데 6개사가 2023년 적자전환 등 각 업권에서 은행계열 회사의 재무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신평의 지적이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이 본부장은 “일부 은행계 금융회사를 지켜보면 ‘부잣집 도련님이 뒷감당을 걱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라며 “투자에 실패해서 큰 손실이 나도 부모가 보전해 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서슴없이 확대한다”라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등 사업환경이 달라지면서 은행이 실적 저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계 금융회사도 자체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돼 이익이 감소하고 대손비용까지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금리가 연 3.25%에서 2.5%로 인하되면서 은행 순이익은 2011년 14조4000억원에서 2013년 4조5000억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은행계 금융회사는 앞으로 은행의 재무적 지원능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염두하고 은행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과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라며 “도와줄 재력가 부모가 없기에 더 절박하고 치열하게 리스크관리를 해왔던 비은행계 금융회사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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